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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열차 속 ‘맛 상자’…주민들의 정성에 감동 한가득∼

달리는 열차 속 ‘맛 상자’…주민들의 정성에 감동 한가득∼

Posted February. 09, 2019 08:45,   

Updated February. 09, 201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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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겨울, 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열차를 탔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맛있는 도시락을 맛봤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지난달 18일 오전 11시 50분. 아키타 나이리쿠센(內陸線) 철도의 가쿠노다테역을 버스용 디젤엔진 동력의 꼬마열차가 떠났다. 한 칸은 식당차(36석), 다른 한 칸은 일반객차. 열차가 움직이자 핫피(일본인이 일할 때 입는 전통 스타일의 얇은 윗도리 겉옷) 차림의 아주머니가 식당 칸 승객에게 인사했다. 이 먼 곳을 찾아준 데 대한 감사였다. 그러면서 아니아이역(오후 1시 14분 도착)까지 달리는 동안 맛볼 오늘의 도시락에 대해 설명했다.

 첫 음식은 군밤, 이어 소바(메밀국수)와 쓰케모노(절임야채)가 나오고 밥과 반찬, 디저트로 과일을 준비했다고 했다. 그러는 동안 열차가 사이묘지역에 섰다. 승강장엔 한 아주머니가 큰 봉투를 들고 서있었다. 그녀는 그걸 식당 칸에 건넨 뒤 떠나는 열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거기 담긴 건 신문지로 정성껏 싼 군밤. 사이묘지는 큰 밤 명산지다. 다음 역 야쓰에서도 같았다. 한 할머니가 큰 플라스틱 상자를 열차에 실어 주었다. 그건 이 마을에서 수확한 메밀로 만든 국수(소바)와 양념간장.

 음식은 이렇게 역마다 하나씩 건네졌다. 승객은 그 즉시 그걸 차례로 음미했다. 그동안 차창으론 눈 덮인 아키타 산중평원의 소담스러운 설경이 줄기차게 펼쳐졌다. 눈치챘겠지만 그 음식은 제각각 역마을 주민이 준비한 것. 북방 아키타의 풍정과 제각각 오지 부녀자의 정성이 스며들어 있다. 그렇다 보니 음식 이상이었다. 마음의 선물이자 정성의 극치. 그 맛이 감동으로 치달은 건 당연하다.

 이 열차는 ‘곳쓰오 다마테바코’라 불린다. ‘곳쓰오(ごっつお)’는 아키타 지방 사투리로 ‘맛있는 음식(고치소·こ馳走)’, ‘다마테바코(玉手箱)’는 ‘열면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자’. 이게 태어난 배경도 이름만큼이나 특별하다. 사설철도 나이리쿠센의 경영 적자를 한 푼이라도 줄여 주자는 주민의 염원이다. 1936년 개통 당시만 해도 철도는 돈줄이었다. 아니(阿仁) 지역 구리광산 덕분. 하지만 폐광 이후엔 달랐다. 폐선 여부가 노심초사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반전됐다. 도시락열차로 명소가 됐다.

 도시락열차(정원 36명)는 늘 탈 수 있는 게 아니다. 1년에 몇 번뿐이다. 올겨울에도 단 세 번에 그친다. 식당 칸 ‘오자시키(お座敷)’는 일본 전통 식문화를 반영한 실내로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아주머니들은 복도를 오가며 사케와 맥주, 기념품도 판다. 낮술 문화가 없는 일본이지만 여행자는 예외. 지극정성의 음식에 아키타 사케를 곁들인 반주(飯酒)에 북방 설경 감상까지 더한 만큼 이 여행은 가히 아키타 여행의 진수라 할 만하다. 눈 가뭄에 허덕이는 우리 여행자에게 더더욱….

도시락열차: 이 철도(단선) 노선 공식 명칭은 ‘나이리쿠

주칸테쓰도센(內陸縱貫線·내륙종관선)’이지만 ‘아키타

비진 라인(秋田 美人 Line)’이란 애칭으로 통용 중.

구간은 가쿠노다테(센보쿠시)∼다카노스(기타아키타시) 94.2km(2시간 45분 소요). 열차 이름은 ‘마타기(マタギ·아키타 산악 곰 사냥꾼 통칭)’호.

도시락열차(가쿠노다테∼아니아이 구간) ‘곳쓰오 다마테바코’ 요금은 6900엔(약 7만 원). 23일에 올겨울 마지막 운행. 


셈보쿠시(일본아키타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