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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안되는 영어 교과서

Posted May. 06, 2006 03:06,   

日本語

The boy, whom was thought to be absent-minded, really had a very active mind. (소년은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강한 의욕을 갖고 있었다.)

A출판사의 고교 1학년 영어 교과서에 실린 문장이다. 이 문장에서 The boy를 지칭하는 관계대명사 whom은 who의 오류다.

이처럼 고교 영어 교과서에 틀린 영어 문장이 적지 않다. 한국 고교생은 오류투성이 교과서로 영어를 배우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교과서 집필의 기준을 제시한 교육인적자원부의 고시 예시문에도 Open you(your괄호 안은 옳은 표현) book, Would you like some drink(something to drink)?, I think her(she is) very smart 등 대학수학능력시험 외국어 영역 중위권 득점자라면 금방 알 수 있는 틀린 문장이 수두룩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미국에서 고교와 대학을 마친 대학원생과 원어민 대학 교수를 통해 고교 영어 검정교과서 15종 가운데 5종을 점검한 결과 30여 건의 오류를 발견했다.

이상한 표현들=고교 영어 교과서에는 단복수의 불일치나 중복된 표현, 부적합한 단어사용 등 수정이 필요한 대목이 적지 않다.

B출판사의 Have you ever heard Beethovens symphony?(너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어봤니?)란 문장에서 heard는 listened to로 고쳐져야 한다. hear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들을 때, listen은 집중해서 들을 때 사용하는 단어다.

또 문장의 어순이나 어법이 영어식 표현과 다른 것도 많다.

이익금 균분제의 병폐=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가 가입한 한국검정교과서협회는 2000년부터 판매부수와 상관없이 순이익을 똑같이 나눠 갖는 이익금 균분제를 실시하고 있다.

20032005년 영어 교과서 한 종의 매출액이 2300여만 원에 불과했던 C출판사는 매출액보다 2배나 많은 4800여만 원을 순이익으로 챙겼다. 역시 같은 기간에 영어교과서 한 종으로 11억여 원의 매출액을 올린 D출판사의 순이익도 C출판사와 같은 4800여 만 원이었다.

이 의원은 교육부는 교과서 시장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며 이 때문에 출판사는 교과서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자하기보다 참고서 판매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다른 교과서도 마찬가지=이익금 균분제는 국어 국사 도덕 등 국정교과서를 제외한 모든 과목 교과서에 적용된다.

이 때문인지 교과서의 오류 수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교과서의 각종 통계 자료도 오래전의 것이 실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통계청이 매년 새 통계수치를 발표하지만 이미 검정을 마친 출판사는 교과서를 많이 판다고 수익이 많이 남는 것도 아니니 굳이 자료를 수정할 이유가 없다.

한국검정교과서협회 관계자는 7차 교육과정이 끝나는 2009년부터 실적에 따른 수익 보장과 균등 배분 원칙에 따라 수익금을 일정 비율로 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정제도도 바꿔야=이에 대해 출판사들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의 오류나 자료 수정에 소홀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익금 균분제와 함께 검정제도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E출판사 관계자는 교육부가 글의 소재부터 어휘 수까지 일일이 규제하다 보니 이에 맞춰 원문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많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한양대 국제어학원 마틴 엔들리 교수는 문법의 오류뿐 아니라 부자연스러운 표현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원어민이 쓰는 표현을 그대로 전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 2월 교육과정 개정 고시를 하면서 검정 방식을 간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조은아 egija@donga.com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