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면 뭘 해도 미워 보이는 법이다.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 당청 갈등의 중심에 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8일 서울공항에서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90도 폴더 인사’를 했다. 그러자 친명(친이재명)계에선 “정말 잘못된 행동”이란 반응이 나왔다. 이건태 의원은 “이 대통령은 이런 의전을 정색하고 싫어한다. 정 대표도 그걸 모를 리 없을 것”이라며 “90도 인사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긴 정치기술”이라고 비판했다. 허리를 깍듯이 숙인 90도 인사를 두고도 충돌할 만큼 여권의 내홍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 장면이다.
이 대통령은 순방 출국 전날인 8일 기자회견에서 정 대표가 진두지휘한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60%가 넘는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시도지사는 12 대 4로 이겼지만 수도 서울 탈환에 실패한 것에 대한 감정을 명징한 언어로 드러낸 것이다. 그다음 날 이 대통령이 순방 출국길에 늘 마중 나왔던 정 대표를 부르지 않고 당권 경쟁자인 김민석 국무총리를 참석시키자 정 대표에 대한 불신임 메시지라는 해석이 더욱 힘을 받았다.
민주당 구주류인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의 대표 선수인 정 대표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선거 이후의 잠행을 깨고 첫 공개석상에 선 10일 정 대표는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말을 남겼다. 물론 그 앞에 “대체불가 대통령” 등 상찬의 말을 깔았지만 뇌리엔 “정권은 짧다”는 한 줄만 남았다. 집권 2년 차인 청와대 내부에서는 “사실상 당을 쪼개자는 선언” “탄핵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협박성 발언”이란 격앙된 반응이 흘러나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8월 17일 집권여당의 새 대표가 누구로 결정되든 반쪽짜리밖에 될 수 없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전당대회 후 국정 운영 동력은 깎여 나갈 것이다. 정부가 미는 정책이라도 당이 입법으로 받쳐주지 않으면 대부분 실현할 수 없기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받게 된다. 친명계가 미는 김 총리가 당권을 쥐더라도 이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새 시도지사들 대다수가 정 대표가 공천한 이들이라 중앙과 지방정부 간 관계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이재명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호들갑 섞인 우려도 있다.
집권 2년 차에 벌어지는 당청 갈등의 본질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넘어 2030년 대선 주자에 대한 지분을 두고 벌어지는 진영 간 싸움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의원들 사이에서 “이번에 지는 쪽이 2028년 총선 때 무조건 ‘하위 20%’”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진 쪽이 다음 총선에서 컷오프 대상인 하위 20%로 지목돼 ‘공천 학살’을 당할 거란 취지다. 당을 양분하는 친노·친문 구주류와 이 대통령 팬덤인 뉴이재명 지지층 간 내분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수준이다.
목숨줄 걸고 싸우는 어른들 싸움은 못 말린다. 말린다고 말려지지도 않을 것이다. 친명이든 친청이든 싸울 거면 말 대신 실력으로 싸우라. 누구든 국민과 당원 앞에 성과를 보여주면 저절로 이길 것이고 정당성도 커질 것이다. 그게 집권세력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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