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판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노조 총파업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밝히며 고객과 국민을 향해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대기업 총수가 사내 노사 문제로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 회장 사과 이후 당초 추가 대화 없이 파업을 강행하겠다던 노조도 입장을 선회해 협상 테이블에 복귀했다.
해외 출장 중이던 이 회장은 16일 오후 2시 25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면서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항상 저희 삼성을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채찍질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 대처 문제로 처음 고개를 숙였고, 2020년에는 경영권 승계 의혹과 무노조 경영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선 두 차례가 그룹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사과였다면, 이번엔 기업 내부 현안을 두고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 회장이 사과 대상으로 ‘전 세계 고객’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노사 갈등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미칠 파장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한다. 총파업이 현실화해 반도체 공장이 멈출 경우 최대 100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전날 삼성전자 사장단이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노조 사무실을 직접 찾아 대화 재개를 호소했으나 입장 차이만 재확인하는 데 그치자 이 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노사 모두를 향해 화합을 호소했다. 그는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총파업 대응 방안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