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3일 공개한 새 국가방위전략(NDS)에서 “한국이 대북한 억제에 1차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위한 미국의 지원은 ‘중요하지만 제한적’이라고 했다. 최우선 과제로는 미국 본토 방어를, 그 다음 과제로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억제하는 것을 제시했다. 동맹의 안보 부담과 책임은 동맹국에 넘기고 미국은 자국 이익과 직결되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는 군사안보 전략의 구체적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73년간 대북 방어가 핵심이었던 주한미군 체제가 중국 견제로 방향을 트는 일대 전환을 예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 NDS는 한미의 이런 책임 분담 변화가 ‘한반도에서 미군의 태세를 새로 조정하려는 미국의 이익과 부합한다’고 했다. 나아가 미국의 대중국 봉쇄선인 제1도련선을 따라 강력한 중국 방어선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제1도련선 안의 미군은 주한미군이 유일하다. 주한미군을 중국을 겨냥한 군사 전략의 핵심축으로 바꾸겠다는 신호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중 패권 경쟁, 지정학적 안보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한미동맹의 역할과 범위를 조정하는 동맹 현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하지만 주한미군 재편이 한국이 원하지 않는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감수하는 데까지 나아가서는 곤란하다. 한반도가 중국의 잠재적 공격 표적이 되는 등 우리 국익을 해칠 수 있는 사안을 긴밀한 협의 없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주한미군 재배치가 대북 억제력 약화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미국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북한의 군사 위협에 노출된 우리로서는 자강력을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재래식 무기만으로 북핵에 대한 억제력을 갖추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고한 확장억제, 즉 핵우산 제공에 대한 분명한 약속이 전제돼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번 NDS엔 핵우산엔 대한 언급이 빠졌다. 4년 전 NDS에서 북한의 핵 사용을 막기 위한 확장억제를 강조한 것과 상반된다. 지난달 열린 한미 간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공동성명엔 아예 북한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미국의 안보 전략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에게 실존적 위협은 북한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려는 노력도 북핵 도발을 저지할 확고한 억제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점을 끈질기게 설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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