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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정리돼야 할 ‘평화적 두 국가론’

 이제는 정리돼야 할 ‘평화적 두 국가론’

Posted December. 05, 2025 07:27   

Updated December. 05, 2025 07:27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소위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이 대통령 본심은 자주파에 가깝다지만, 한쪽에 힘을 실어주기보단 여러 의견이 나오는 상황을 지켜봤다는 게 참모들 전언이다.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두고 “산업부, 노동부 장관이 격렬히 토론할 문제”라던 말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부적인 토론과 조율 과정을 통해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은 윤곽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이달 중으로 공개될 것이라고 한다. 국정과제를 참고해 평화공존 제도화, 공동성장 기반 구축, 핵 없는 한반도 등 3단계로 이어지는 3대 목표와 3대 원칙, 6대 추진 과제가 확정됐다.

‘비핵화’ 단어가 빠지고 북핵 문제가 뒤로 밀린 것에 관심이 집중되지만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과제”라는 이 대통령의 언급과 북한의 비핵화 ‘절대 불가’ 반응을 고려할 때 사실 이런 변화는 예견된 일이었다. 오히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이 최종 확정되는 것을 계기로 정부의 남북 관계 설정에 대한 입장이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칭되는 ‘평화적 두 국가론’에 관한 얘기다.

통일부가 주도적으로 마련한 3대 목표 중 평화공존 제도화는 사실상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인 두 국가 관계’, 즉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주장해왔던 평화적 두 국가론을 남북기본협정을 통해 제도화하자는 의미를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앞서 이 남북기본협정에 대해 동서독이 서로를 동등한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이 모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첫 번째 대북 목표인 평화공존 제도화가 평화적 두 국가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얘기는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평화적 두 국가론을 두고 “남북은 사실상 두 국가”라는 정 장관과 “남북은 통일될 때까지 잠정적 특수 관계”라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이견이 공개적으로 노출되기도 했다.

평화적 두 국가론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나 주적이 아닌 정상 국가로 인정하는, 반헌법적인 대북 관점이라는 비판에 정 장관은 “데팍토(de facto·사실상의) 국가와 데주레(de jure·법적인) 국가 승인, 그건 공리공담(空理空談)”이라고 반박했다.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의 동방 정책에 따라 서독이 동독의 국가성을 인정하면서 통일로 나아간 것과 평화적 두 국가론이 유사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견은 정리되지 않았고,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북 3대 목표를 확정하기까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선 북핵 문제의 순서 등을 두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더해 정 장관 말대로 평화적 두 국가론이 정부 입장으로 확정될지, 혹은 그 반대가 될지에 대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확정될 대북 정책은 한미 정상의 구애 속에 내년 대화 테이블로 나올지를 고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한 메시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류(E)와 관계정상화(N), 비핵화(D)로 구성된 대북 ‘엔드(E.N.D) 구상’을 두고 정부에서조차 “순차적인 것”과 “상호 추동”이라는 서로 다른 해석이 나왔던 것처럼 외교안보 라인의 불협화음이 또다시 노출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