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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먹통,일상마비…초연결리스크를보았다

Posted November. 20, 2025 08:21   

Updated November. 20, 2025 08:21


미국 웹 인프라 기업인 클라우드플레어 장애로 챗GPT 등 인공지능(AI) 주요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동시에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AI 서비스가 전 세계인의 일상에 깊숙하게 자리 잡으면서, 네트워크 장애 피해도 세계적 규모로 확대된 것이다.

지난해 7월에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장애로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고 세계 주요국 정보기술(IT) 체계가 마비된 바 있다. 이처럼 일부 기업의 오류가 전 세계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공포가 반복되며 ‘초연결 사회’의 그림자도 더욱 짙어지는 모습이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세계 각국의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에 빠르고 안전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돕는 IT 서비스 기업이다.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약 5분의 1이 클라우드플레어의 네트워크를 거친다. 클라우드플레어 장애 여파로 고객사인 오픈AI의 챗GPT, X(옛 트위터), 스포티파이, 페이스북, 아마존,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등에서 접속 장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클라우드플레어 내 트래픽 급증으로 촉발된 AI 마비 사태는 18일 오후 8시 30분(한국 시간)경부터 11시 30분경까지 진행됐다.

단 3시간여의 오류였지만 AI 의존도가 커진 직장인과 학생들 사이에선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례가 속출했다. 회사원 김보민 씨(27)는 “평소 AI로 1시간이면 마쳤을 서류를 작성하는 데 3시간 걸렸다”며 “퇴근 후에도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해 결국 19일 새벽에 출근해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 학부모 카페에선 “수행평가를 준비하던 아들이 챗GPT가 먹통이 되자 (당황하며) 검색엔진에서 정보를 찾아 겨우 마무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번 사건이 ‘AI 과의존 세계’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로 전 세계 AI 서비스가 소수의 글로벌 인프라 사업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점이 재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해외 기반 AI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오류 발생 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며 “서버 분산 등 안전장치를 갖춘 국내 AI 시스템을 육성해 서비스 공급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은지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