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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패권 전쟁의 새 전선, 양자컴퓨팅

Posted November. 19, 2025 08:22   

Updated November. 19, 2025 08:22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7월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양자 인터넷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이색적인 발표를 내놨다. 양자 인터넷은 정보량이 늘면 속도가 느려지는 일반 인터넷과 달리 양이 증가해도 속도가 유지된다. ‘0’과 ‘1’만 구분할 수 있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과 ‘1’을 동시에 공존시킬 수 있는 양자 컴퓨터의 특성 덕이다.

이를 추진한 사람은 폴 다바르 당시 미국 에너지부 차관. ‘전대미문의 보건 위기에 천문학적 세금을 들여 상용화 시점도 불분명한 사업을 추진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법도 했다. 그는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가 양자 인터넷”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또 차관 재직 당시 에너지부의 양자 연구 예산을 5배로 늘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야인이 된 그는 보어퀀텀테크놀로지라는 양자컴퓨팅 회사를 차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상무부 부장관으로 발탁돼 양자산업 지원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바르 부장관이 아이온큐, 리게티컴퓨팅, 디웨이브퀀텀 등 주요 양자컴퓨팅 업체에 각 1000만 달러(약 146억 원)를 지원하는 대신 이들 기업의 지분 일부를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금은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반도체법(CHIPS act)에서 충당하고 다바르 부장관이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보어퀀텀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업이 지분 매입 대상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집권 1기부터 ‘양자 이니셔티브 법’을 도입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산업 육성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잘 보여 준다.

중국 또한 지난달 20∼23일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통해 2026∼2030년 5년간 국가 경제를 먹여 살릴 산업으로 양자컴퓨터, 6세대(6G) 통신, 수소 및 핵융합 에너지 등을 지목했다. 내수 부진을 타개해야 한다는 우려가 높지만 우선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 미국의 대(對)중국 기술 봉쇄를 타개하겠다는 수뇌부의 의지가 담겼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또한 중국 양자 연구소 ‘CHIPX’와 관련 기업 ‘튜링퀀텀’이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1000배 빠른 양자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 미국 IBM 또한 4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한 양자컴퓨터 칩 ‘룬’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주요 2개국(G2) 정부와 민간 기업이 양자컴퓨터에 이렇듯 사활을 걸고 있고 한국 또한 이를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다만, ‘양자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 못지않게 사회 전반의 관심과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채은미 저) 같은 양질의 교양 도서가 더 많이 출간되고 읽혀야 할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의 양자 연구 및 강의 또한 대폭 늘어나야 한다. 수준 높은 양자 역학 논의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