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공사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아직 풀려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 반(反)이민 정책 책임자 입에서 “훨씬 더 많은 단속 작전을 보게 될 것”이란 발언이 나왔다. 이들 근로자가 귀국한 뒤에도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다른 기업에도 비슷한 일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국민이 느낀 공분을 가장 강한 톤으로 미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국경 차르’로 불리는 톰 호먼 국경안보 총괄책임자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많은 단속 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불법체류는 범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우리 조선업체들을 비롯해 반도체·자동차·2차 전지·철강 기업들의 현지투자 계획에 일제히 제동이 걸릴 수 있게 됐다.
미국에 제조시설을 짓고 생산시스템을 돌리려면 한국 전문가, 근로자의 파견은 불가피하다.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현지에서 인력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비자심사 강화로 전문직 취업비자, 주재원 비자를 받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체포된 한국 근로자 다수가 회의참석·계약을 위한 단기 상용비자, 관광용 전자여행허가(ESTA)를 갖고 있던 이유다.
사건 발생 후 대기업들은 파견된 인력을 불러들이고, 출장을 중단시켰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정부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와 1500억 달러 대기업 투자를 미국에 약속하면서도, 이에 수반될 비자 문제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이제라도 미국 사업장에 파견된 대기업 및 협력업체 직원의 수, 체류자격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부터 서둘러야 한다. 곧 귀국할 근로자 300여명이 미국 재입국 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약속도 받아내야 한다.
그동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 근로자의 비자 확대 확약을 받아두지 못한 게 아쉽다. 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때 호주·칠레처럼 한국도 별도의 전문인력 비자쿼터를 받아뒀어야 했다는 지적 역시 뼈아픈 부분이다. “미국에 (제조업에 필요한) 인력이 없다면, 전문가를 불러들여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지렛대 삼아, 이번엔 한미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파견되는 우리 근로자의 비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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