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10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도한 ‘관세 전쟁’ 발발 뒤 처음으로 통상 협상을 벌였다. 회담 첫날인 이날 양국 대표들은 10시간에 걸쳐 현재의 무역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양국은 회담 이튿 날인 11일 오전 다시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날 회담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것에 동의가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양국 모두 공식 발표 자료를 내지 않았다. 양국을 대표해 회담에 참석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부총리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미중 무역관계 전면 재설정”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오늘 스위스에서 중국과 매우 좋은 회담이 있었다”며 “많은 사안이 논의됐고, 많은 부분이 합의됐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호적이지만 건설적인 형태로 (미중 무역 관계의) 전면 재설정(a total reset)이 이뤄졌다”며 “우리는 중국과 미국 모두의 이익을 위해 중국이 미국 기업에 (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에 대해 “큰 진전이 이뤄졌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는 베선트 장관과 허 부총리가 수석 대표로 나선 가운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양국 모두 공식 발표 자료는 내지 않았다. 주요 외신들도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식사 시간을 제외한 실제) 협상은 최소 8시간 동안 열렸다”며 “최종 합의안 발표 없이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양측 모두 성명을 내지 않았고, 구체적 진전도 시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중 관세 인하 시사
9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상품에 80%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며 현재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145% 고율 관세를 낮출 의향을 드러냈다. WSJ는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선트 장관에게 대중 관세율을 80% 수준으로 낮춰도 된다고 격려한 공개 메시지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그 수치는 아마 협상 전략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중 관세율이 34%에 가까운 수준에서 합의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WSJ는 “양측이 펜타닐(좀비 마약)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면 미국이 중국 상품에 부과하는 일부 관세가 철회될 수 있다”며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산 제품의 중국 내 구매 확대와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장 이번 스위스 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세계 각국에 부과 중인 10% 기본 상호관세에 대해 “어떤 경우에는 예외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누군가 우리를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해준다면 (예외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이뤄진 영국과의 무역 합의에 대해선 “훌륭한 합의”라며 “4, 5개의 다른 합의가 즉시 나올 것이며, 앞으로 많은 합의가 예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