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삼성 위기론’을 현실로 인정하면서 철저한 반성과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를 2000여명의 전 계열사 임원들에게 주문했다. 혁신과 도전의 실종으로 ‘초격차 경쟁력’과 ‘삼성다움’을 잃은 점도 지적했다. 이런 이 회장의 메시지엔 빠져 있지만 삼성이 맞은 위기의 핵심 원인 중 하나가 10년째 이어지는 사법리스크란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삼성의 사법위기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팀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파견검사로 참여한 특검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등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이 회장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영장을 2차례 청구해 결국 구속시켰고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회장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재수감된 뒤 가석방돼 2022년 8월에야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와 별도로 2019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이 된 이복현 현 금융감독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부당합병 의혹으로 확대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때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10대 3으로 수사중단, 불기소를 권고하고 구속영장도 기각됐는데 검찰은 이듬해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1심에 이어 올해 2월 나온 2심도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이 ‘기계적 상고’를 강행해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이 회장이 200회 가까이 법정에 출석하며 ‘잃어버린 10년’을 보내는 동안 해외 경쟁기업들은 약진했다. 대만TSMC가 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을 70% 가깝게 끌어올리는 동안 2위 삼성전자는 10% 밑으로 떨어졌다. 세계 고급 휴대폰 시장을 애플이 독식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개도국 시장까지 중국 기업에 시장을 뺏겼다.
일부 권위주의 국가를 뺀 어떤 나라도 죄과가 불확실한 핵심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장기간 사법 족쇄를 채워 경영활동을 제약하진 않는다. 삼성의 위기에는 공명심에 사로잡힌 검찰주의자들의 책임이 적잖다. 그런데도 기업의 경쟁력을 망가뜨린 검찰 관련 인사 중 누구 하나 정치적·법률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런 나라에선 ‘글로벌 1위 기업’을 키워내기도, 지키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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