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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발생한 시청각실 자주 다녔는데” 트라우마 호소하는 아이들

“살인 발생한 시청각실 자주 다녔는데” 트라우마 호소하는 아이들

Posted February. 14, 2025 07:45   

Updated February. 14, 2025 07:45


“시청각실은 친구들과 자주 지나가던 곳인데 앞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13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재학생 신모 양(9)은 “학교로 돌아가기가 무섭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흘 전 이 학교에서는 1학년 김하늘 양(8)이 교사 명모 씨(48)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명 씨의 범행이 알려지자 재학생들 사이에선 2차 정신적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교 내 익숙한 공간에서 참극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큰 충격을 받았지만, 교육당국은 이들의 트라우마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재학생 홍모 양(10)은 “학교에 오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며 “선생님도 보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지금은 학교가 임시 휴업 중이지만 학생들은 17일 개학 이후를 우려하고 있었다. 가해 교사의 범행 수법 등도 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퍼졌다. 재학생 김모 양(12)은 “(또래) 단톡방 통해서 하늘이(피해자) 사건이 일어난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다”며 “범인 선생님 이름도 단톡방에 이미 퍼졌다”고 말했다. 장모 양(11)은 “친한 친구들끼리 있는 톡방 통해서 이번 사건을 자세히 알게 됐는데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재학생 학부모 윤모 씨(37)는 “하늘이 사건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남은 친구들이 많다”며 “전학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박모 씨(39)는 “딸이 하늘이랑 아는 사이라 심리적 충격이 훨씬 큰 상황”이라며 “트라우마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학교 당국에서도 심리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재학생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평생 남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준수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좌교수는 “하늘 양과 같은 학교에 다닌 친구들은 자극을 더 받을 수 있어 PTSD가 더 크고 오래 갈 영향이 있다”며 “부모님이 아이들이 이 사건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건에 대해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도 아이의 트라우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긴서둘러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주에선 2021년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놀이 기구 ‘점핑 캐슬’이 강풍에 날리면서 초등학생 6명이 약 10m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호주 정부는 아동 등의 정신 건강 지원을 위한 예산으로만 80만 호주 달러(약 7억3000만 원)를 사건 발생 이틀 만에 긴급 편성해 학생들의 PTSD 등 치료를 지원했다.


대전=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