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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밥상 바꾼 H마트, K라면 신드롬속 식료품 유행 선도

미국인 밥상 바꾼 H마트, K라면 신드롬속 식료품 유행 선도

Posted June. 13, 2024 08:05   

Updated June. 13, 2024 08:05


“H마트가 미국인의 밥상을 바꿨다.”

지난해 미국에서 신라면이 5억 개 넘게 팔린 가운데 미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 시간) ‘K라면 신드롬’의 산실(産室)로 한국계 유통기업 ‘H마트’를 지목했다. 한국 식품이 미국 주류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미 전역에 점포를 보유한 H마트가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NYT는 이날 “H마트를 그저 ‘이국적인 식료품 가게’라고 칭하지 말라. 미국인의 식습관과 미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H마트는 경북 예천 출신인 권중갑 회장이 1982년 뉴욕 퀸스에 낸 260m²(약 80평) 크기의 식료품 가게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미국 전역에 점포 96개를 둔 기업 가치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 수준의 종합 유통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기간 미국 내 아시아계 인구가 크게 늘며 H마트의 성장에 한몫했다. 1980년 아시아계 비중은 미 전체 인구의 1.5%(약 350만 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 7.2%(약 2400만 명)로 급증했다.

비(非)아시아계 손님도 많다. 브라이언 권 H마트 회장은 “최근 손님 3명 중 1명은 비아시아계”라고 밝혔다. 틱톡,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한국 음식 콘텐츠가 크게 유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NYT는 “이제 대학 기숙사, 라틴계 주점, (아시아계 인구가 적은) 중부 월마트에 라면이 없으면 이상하다”고 전했다.

아직 미국 전체 유통업계에서 H마트 등 한인 마트의 점유율이 1%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점유율 비중은 낮지만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이 됐다는 의미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이 미국 내 아시아계 슈퍼마켓에 먼저 입점한 후 주류 유통업체의 눈에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유명 유통업체 ‘홀푸드마켓’의 에롤 슈와이저 전 부대표는 아시아계 마트가 유행의 최첨단(vanguard)에 있다고 호평했다.

현재 월마트, 코스트코 같은 미 대표 유통업체에서는 한국 라면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농심은 2018년 월마트 납품을 시작한 당시 2억2500만 달러였던 매출이 2022년 4억9000만 달러(약 6750억 원)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삼양식품도 ‘불닭볶음면’ 등의 인기에 힘입어 1분기(1∼3월)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다.


이지윤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