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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전 마라도나 함성, 김민재 시대에 울리다

33년전 마라도나 함성, 김민재 시대에 울리다

Posted May. 06, 2023 07:49   

Updated May. 06, 202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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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27)가 뛰고 있는 나폴리가 33년 만에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정상에 올랐다. 김민재는 세리에A 우승을 경험한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됐다.

나폴리는 5일 우디네세와의 2022∼2023시즌 세리에A 방문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이로써 승점 80(25승 5무 3패)이 된 나폴리는 2위 라치오(승점 64)와의 격차를 16점으로 벌려 남은 5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이번 시즌 유럽축구 5대 리그에서 가장 빠른 우승 확정이다.

나폴리의 세리에A 우승은 33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다. 앞서 1986∼1987시즌, 1989∼1990시즌에 우승했는데 두 번 모두 디에고 마라도나(1960∼2020)가 뛰고 있을 때였다. 이날 나폴리 시민들은 연고 팀의 우승이 확정되자 마라도나 얼굴이 그려진 깃발을 흔들며 시내를 내달리기도 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나폴리 감독은 “우리 팬들은 마라도나의 경기를 봤던 사람들이다. 마라도나의 가호가 있어 우승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나폴리 입단 첫 시즌 팀 우승에 기여한 김민재는 세리에A 정상을 밟은 최초의 한국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국내 프로축구 K리그 전북에서 프로 데뷔를 한 김민재는 중국과 튀르키예 리그를 거쳐 지난해 7월 나폴리 유니폼을 입었다. 김민재는 AC페루자에서 뛰었던 안정환(은퇴), 베로나에서 뛴 이승우(수원FC)에 이어 한국 선수 중 세 번째로 세리에A 무대에 입성했다. 유럽 축구 5대 리그로 범위를 넓히면 박지성(은퇴)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뛸 때 4번 우승했고 정우영(프라이부르크)도 뮌헨이 독일 분데스리가 정상을 차지한 2018∼2019시즌에 이 팀 소속이었다. 이날 우디네세전에서 풀타임을 뛴 김민재는 경기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이탈리아 챔피언이다.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해 행복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민재는 세리에A 데뷔 시즌에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나폴리가 우승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센터백인 김민재는 이번 시즌 팀의 리그 33경기 중 32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수비라인을 든든하게 지켰다. 나폴리는 33경기에서 23골을 허용했는데 세리에A 전체 20개 팀 가운데 최소 실점이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5일 나폴리의 우승 소식을 다루면서 김민재가 중앙수비수로 있는 포백 수비라인을 우승 동력 중 하나로 꼽았다. 이 매체는 “포백이 용감하게 라인을 끌어올려 공격 전개 과정에서 많은 기여를 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김민재는 나폴리 입단 초기엔 의문 부호가 달렸지만 지금은 팬들이 제일 좋아하는 선수”라며 “이번 시즌 나폴리가 보여준 수비력에는 김민재의 기여가 컸다”고 평가했다. 김민재는 지난해 9월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리에A ‘이달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축구 선수 이적 뉴스를 전문으로 다루는 ‘트란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시즌 초반이던 지난해 9월 2500만 유로이던 김민재의 예상 이적료는 현재 5000만 유로(약 731억 원)로 올랐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