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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붕괴 아파트 ‘통 철거’, 부실시공 뿌리 뽑는 계기 삼으라

광주 붕괴 아파트 ‘통 철거’, 부실시공 뿌리 뽑는 계기 삼으라

Posted May. 06, 2022 07:48   

Updated May. 06, 202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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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C현대산업개발이 올 초 외벽 붕괴사고로 6명의 사망자를 낸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 아파트를 전면 철거하고 다시 짓기로 했다. 이 아파트 완공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70개월, 공사비와 보상금을 포함한 추가 비용은 3700억 원으로 추산됐다. 국내 아파트 건설 사상 공정이 절반 이상 진행된 단지 전체를 허물고 재시공하는 것은 처음이다.

 현산의 ‘통 철거’ 결정은 사고현장만 수습하는 땜질처방으로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 붕괴사고로 17명의 사상자를 낸지 7개월 만에 참사를 반복하면서 고객과 정부, 정치권으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최근 경기 광주, 대전 등지에서 대규모 공사 계약이 해지된데 이어 이미 수주한 재건축사업에서 빠져달라는 요구까지 받으며 기업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사면초가 상태의 현산으로선 기업을 재창업하는 수준의 개혁말고는 답이 안 보이는 지경이다. 화정 아파트 사고 조사 결과 이 아파트는 바닥이 설계와 다르게 시공됐고, 지지대는 조기 철거됐으며, 콘크리트 강도는 기준치에 미달하는 총체적 부실상태였다. 광주에서 발생한 잇단 참사는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에 집착하며 ‘빨리빨리’, ‘대충대충’ 공사해온 악습이 빚은 인재(人災)였다. 현산은 전국 사업장을 재점검해 잠재적 리스크를 제거하는 한편 화정 아파트 계약자 800여 명에 대한 보상과 주거 지원책 마련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안전불감증은 현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건설업계의 발목을 잡아온 고질적인 병폐다. 올 1분기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사람만 55명에 이르는 등 중대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산의 화정 아파트 재시공 시 드는 비용 3700억 원은 한 해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유사 사고가 재발하면 기업이 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안전관리에 실패한 회사는 더 이상 존립이 어려워질 것이다. 건설업계는 현산 사태를 부실시공의 뿌리를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