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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나빠져도 연락할 곳 몰라” 셀프치료 첫날 혼란

“증상 나빠져도 연락할 곳 몰라” 셀프치료 첫날 혼란

Posted February. 11, 2022 07:33   

Updated February. 11, 2022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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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안모 씨(30)는 기침과 가래 증상이 심했지만 확진 3일차인 10일까지도 병원 진료를 받아보지 못했다. 보건소에서 대면진료가 필요할 경우 방문할 수 있는 외래진료센터 2곳을 알려줬지만 가까운 곳도 2.7km나 떨어져 있어 자가용이 없는 안 씨는 방문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는 “비대면 치료가 가능한 동네 병원이 있단 사실을 뉴스에서 보고 알았지만 어느 병원이 진료가 가능한지 알 수가 없어 연락을 못해보고 있다. 혼자 살고 있는데 비상 상비약도 없어서 그냥 버티고만 있다”고 했다.

○ 비대면 진료 거절당해 자체 처방

 방역당국은 10일부터 새로운 코로나19 환자 재택치료 체계를 도입했다. 고위험군이 아닌 확진자는 정기 모리터링 없이 필요시 동네 병·의원에서 처방과 상담을 받거나 24시간 운영되는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를 이용해야 한다. 체온계, 해열제 등 필요 물품이 들어있는 코로나19 재택치료 키트도 제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바뀐 관리체계가 재택치료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아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관련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비대면 치료가 가능한 동네 병원 등도 진료 전화가 빗발쳐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박모 씨(54·서울 양천구 거주)는 10일 발열이 심하고 호흡 이상이 느껴져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고 안내된 병원에 연락을 했으나 “진료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박 씨는 “해당 병원에 진료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절당했다. 진료 기록이 있는 병원에 연락을 해 진료를 받으라고 안내받았다”고 했다. 같은 날 확진이 된 취업준비생 이모 씨(25)는 “인후통이 심해져 명단의 병원 한 곳에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아 결국 집에 있는 상비약으로 ‘자체 처방’을 했다”고 말했다.

 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재택치료 안내서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재택치료 안내서는 다음 주 초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명단 잘못 올라간 병원도 다수

 비대면 진료를 맡은 병원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서울 서초구의 한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다 치료를 원하는 전화까지 몰려 비대면 전화 치료의 경우 기본적으로 30분에서 1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안내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이미 환자의 상태나 기저질환 등을 알고 있는 경우라도 응대에 최소한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전화로 처음 진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추가적인 시간이 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 기관 명단에 올라 있지만, 전화를 받지 않거나 “명단에 잘못 올라가 있다”고 설명하는 병원도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전화상담·처방 동네병의원 목록에 올라 있는 울산의 한 병원 관계자는 “우리는 코로나19 검사만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를 하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명단에 잘못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료 기관 종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심평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의료기관 종류만 호흡기 전담 클리닉,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전화상담처방 동네병의원,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 등으로 총 5종류다. 이밖에 선별진료소, 임시선별검사소, PCR 검사기관, 신속항원검사기관 등까지 더하면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의료 기관만 10종이 넘는다. 한 확진자는 “인터넷에서 비대면 진료 기관을 찾아봤지만 종류가 워낙 많고 지칭하는 용어가 낯설어 어디에 연락하면 좋을지 알기가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응형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