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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2번째 폭발음은 테러 아닌 CIA기지 폭파 때문

카불 2번째 폭발음은 테러 아닌 CIA기지 폭파 때문

Posted August. 30, 2021 07:25   

Updated August. 30, 202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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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 자살폭탄 테러를 가한 26일 현장에서는 몇 시간 뒤 또다시 큰 폭발음이 들렸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두 번째 테러 공격이 발생한 줄 알고 큰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이 폭발음은 미군이 철군 과정에서 아프간 내 미 중앙정보국(CIA) 기지를 폭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군이 ‘이글 베이스(Eagle Base)’라고 불리는 카불 공항 외곽의 CIA 기지를 스스로 폭파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의 기밀 정보와 최신 군사 장비가 탈레반 수중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앞서 미 국방부는 26일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터지자 공격이 총 두 차례 있었다고 했다가 다음 날 테러가 한 번만 일어났다고 정정했다. 그러나 두 번째 폭발음의 정체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 않아 추측이 무성했다. 이 두 번째 폭발음이 CIA 기지를 폭파한 데 따른 소리였음이 뒤늦게 밝혀진 셈이다.

 이 기지는 벽돌 공장을 개조해 만들어졌고 아프간 전쟁 초기 때부터 사용됐다. 처음엔 작은 규모였지만 나중에는 아프간 정보기관의 대테러부대를 훈련하는 기능도 맡았다. 20년의 전쟁 기간 내내 사용됐지만 미국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 정작 현지 주민들은 기지의 정체에 대해 거의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지는 외부인의 침투가 거의 불가능하게 설계됐다. 약 3m 높이의 담벼락이 기지를 둘러쌌고, 두꺼운 철문은 차량이 들어올 때만 잠시 열렸다가 재빨리 닫혔다. 내부에 진입한 차량 또한 세 차례의 검문소를 거치며 수색을 받아야 했다.

 NYT는 “CIA 기지의 폭파는 미리 계획됐으며 180여 명의 희생자를 낸 카불 공항 폭발 사건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