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수영 황제도 가족 앞에선 ‘폭풍 눈물’… “고맙다” 영상통화

수영 황제도 가족 앞에선 ‘폭풍 눈물’… “고맙다” 영상통화

Posted August. 07, 2021 07:16   

Updated August. 07, 2021 07:16

中文

 미국의 케일럽 드레슬(25)은 지난달 26일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하며 차세대 수영 황제의 탄생을 알렸다. 첫 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그는 넓은 윙 스팬을 뽐내며 포효했는데 독수리, 악어, 흑곰, 성조기로 왼팔을 빈틈없이 채운 문신이 야성미를 더했다.

 하지만 경기 직후 이어진 TV 인터뷰에서 미국 집에 모여 응원하던 가족들과 영상통화가 연결되자 키 193cm의 거구는 속절없이 눈물을 흘렸다. 부인 메건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울먹이자 드레슬은 주체할 수 없이 흐느꼈고 “다들 정말 고맙다. 사랑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무관중으로 치르는 도쿄 올림픽은 외국인 관광객 입국 불허 정책으로 선수들이 가족들과 얼싸안고 메달의 감격을 나눌 기회를 앗아갔다. 하지만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애틋함은 더했다.

 금메달을 확정지은 순간에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인 로맨티시스트도 있다. 이탈리아의 마시모 스타노(31)는 5일 삿포로에서 열린 남자 20km 경보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엄지손가락을 빠는 특이한 행동을 보였다. 그는 “6개월 된 내 딸 소피, 그리고 아내 파티마를 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갖고 있던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투포환 금메달을 딴 라이언 크라우저(29·미국)는 성조기를 흔들며 준비한 A4 용지 한 장을 꺼냈다. 종이에는 ‘할아버지, 우리가 해냈어요. 2020 올림픽 챔피언’이라고 적혀 있었다. 청력을 잃은 할아버지와 평소 필담으로 대화를 나눴던 크라우저가 보낸 메시지였다. 암과 투병하던 할아버지는 크라우저가 도쿄행 비행기를 타기 하루 전 세상을 떠났다. 6·25전쟁 참전용사였던 할아버지는 대학 시절 창던지기 선수였고 크라우저에게 투포환을 가르쳐준 사람이었다. 

 육상 1500m의 제이크 와이트먼(27·영국)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그의 아버지인 제프 와이트먼이 그의 코치인 동시에 올림픽 육상 경기장 아나운서를 맡고 있다. 1500m 준결선 경기가 끝난 뒤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경기한 소감을 묻자 “지겨워 죽겠다. 목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다”는 ‘현실 아들’다운 답변을 했다. 다만 그는 이내 “아빠가 소개하는 결선 경기가 기대된다. 정말 특별할 것”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로맨티시스트들 사이에서 ‘현실 부부’의 모습으로 웃음을 준 이도 있다. 4회 연속 올림픽에 나선 카누 스프린트의 사울 크라비오토(37·스페인)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냐는 질문에 “파리 올림픽이 3년밖에 안 남아서 코치들이 계속하라고 하는데 아내가 절대 안 된다고 한다”며 웃었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