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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이 필요한 시대… 13번째 디즈니 공주는 ‘라야’

통합이 필요한 시대… 13번째 디즈니 공주는 ‘라야’

Posted February. 01, 2021 07:35   

Updated February. 01, 202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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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아나’ 이후 13번째 디즈니 프린세스는 누구일까?”

 디즈니 팬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질문이다. 백설공주(1937년) 이후 80여 년간 공고한 팬덤을 구축한 디즈니 공주 12명의 뒤를 이을 새로운 공주가 나왔다. 올 3월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주인공 ‘라야’다. 라야는 디즈니가 선보이는 첫 동남아시아 공주다. 영화는 라야가 분열된 상상의 섬 ‘쿠만드라’를 통합하기 위해 마지막 용 ‘시수’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렸다.

 돈 홀 감독, 오스냇 슈러 PD, 아델 림 작가 등 제작진 6명을 최근 화상으로 만났다. 홀 감독은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수상작 ‘빅 히어로 6’의 감독이다. 슈러 PD는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오른 ‘모아나’를 제작했다.

 기존의 디즈니 공주들과 라야의 차이점을 묻자 슈러 PD는 ‘책임감’을 꼽았다.

 “라야를 공주로 정할지를 두고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를 공주로 정한 건 라야가 분열된 땅을 통합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인물이길 바랐기 때문이에요. 쿠만드라의 리더였던 아버지를 잃은 라야는 자신이 아버지 대신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통치자의 딸로서 갖는 책임감을 드러내기 위해 라야를 공주로 정했죠.”

 라야와 친구들은 사원에 들어가기 전 신발을 벗는다. 신성한 장소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동남아시아 문화를 반영했다. 식사 장면에서는 테이블 위에 음식을 놓는 위치까지 동남아시아 전통을 따랐다.

 “동남아시아 물의 신 ‘나가’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게 됐기에 동남아시아 문화를 제대로 반영하는 게 중요했어요. 라오스,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을 방문 조사했어요. 이후 언어학자, 건축가, 안무가, 음악가 등 동남아시아 전문가들로 구성된 ‘동남아시아 스토리 트러스트’를 꾸려 자문했습니다.”(슈러)

 스토리 트러스트는 디즈니가 작품 배경이 되는 지역 출신 역사·인류학자, 언어학자를 비롯해 건축가, 안무가, 음악가, 식물학자 등으로 팀을 꾸려 자문하는 조직이다.

 제작진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신뢰’다. 사람들 사이의 배신으로 분열된 쿠만드라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필요한 건 신뢰라는 점에 모두 공감했다.

 “쿠만드라는 엄청난 생존의 위협이 도사리는 땅입니다. 이곳에서 캐릭터들이 서로를 믿는 방법을 배우는 게 영화의 핵심 메시지죠. 영화 제작 도중 팬데믹이 터져 현실세계에서 생존의 위협과 마주했고, 그로 인해 사람들 간 불신이 싹트는 걸 목격했어요.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을 매 순간 실감했죠.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팬데믹 시대에 무엇이 필요한지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홀)

 디즈니는 끊임없이 공주 캐릭터의 국적과 인종의 다양성을 추구해왔다.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자스민은 디즈니의 첫 비(非)백인 캐릭터였고, 뮬란은 중국인, 모아나는 폴리네시아인이었다.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를 꺼내도록 직원들을 독려하는 디즈니의 문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

 “디즈니의 모든 이야기는 굉장히 개인적(personal)이에요. 개인적 이야기를 하도록 장려하는 분위기가 회사에 깔려 있는 덕이죠. 모아나 때도 한 직원이 ‘폴리네시아 문화가 흥미롭다’고 하자 ‘재밌겠다. 해보자’고 한목소리를 냈어요. 개인적인 이야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생각해요.”(슈러)


김재희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