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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선율로 울려 퍼지는 베토벤의 3가지 음악 영혼

피아노 선율로 울려 퍼지는 베토벤의 3가지 음악 영혼

Posted August. 20, 2020 07:36   

Updated August. 20, 202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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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나타들은 연민이나 유감이라곤 없이 음악만이 남는, 영원히 계속될 생명의 상징과도 같습니다.”(손민수)

 “이런 음악을 연주하고 듣다 보면, 초월적인 존재 앞에서 나를 성찰하는 느낌을 받습니다.”(김선욱)

 베토벤의 마지막 세 피아노 소나타인 소나타 30, 31, 32번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를 사흘 간격으로 장식한다. 피아니스트 손민수(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베토벤 서거 190주년을 맞아 2017년에 시작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의 긴 여정을 9월 16일 여덟 번째 피날레 무대로 마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이에 앞서 9월 13일 같은 장소에서 세 소나타와 대면한다. 3월 6일로 예정됐던 김선욱의 공연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돼 ‘사흘 차’ 무대가 펼쳐지게 됐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32번은 베토벤 만년의 내면을 남김없이 드러내 ‘베토벤 영혼의 정수’로 꼽히는 작품. 베토벤은 길이와 구조 모두 방대한 29번 ‘하머클라비어’ 소나타에 자신의 피아노 기법을 쏟아부은 뒤 이후의 세 소나타에서 한층 내밀하고 사색적인 세계를 펼쳐냈다. 연주 시간이 20분 남짓으로 짧으며, 슬픔과 초월을 모두 담아낸 듯한 피날레 악장을 가지는 등 공통점이 많지만 세 곡이 각기 ‘다른 영혼’이라고 할 만큼 독창적인 세계를 펼쳐낸다.

 손민수는 여덟 차례의 베토벤 소나타 여정 중 일곱 번째를 올해 2월에 열어 ‘코로나 대란’ 속에서도 차질 없이 골인 지점 앞에 접어들었다. 그는 “베토벤이 지금 우리 곁에 살아있다면 무슨 얘기를 할까, 교향곡 9번에서 강조한 ‘인간의 화합’ 외에 ‘자연의 소중함’을 강조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베토벤은 숲을 거닐면서 ‘다음 세대 사람들이 여기 찾아오면 베토벤이 여기서 작곡했다고 전해 달라’고 했죠.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고 다시 그 피해를 당하는 오늘, 베토벤의 정신이 인류에게 거는 말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는 9월 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을 담은 음반을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로 발매할 예정이다. 음반을 녹음한 통영국제음악당에서는 9월 11일 공연이 예정돼 있다. 그 외 광주 인천 대구에서도 같은 레퍼토리로 공연한다. 서울 공연 3만3000∼5만5000원, 기타 지역 3만 원. 

 13일 서울에서 공연하는 김선욱은 베토벤의 고향인 독일 본의 ‘베토벤 하우스’ 멘토링 프로그램 첫 수혜자로 선정돼 이 박물관의 소장품을 독점 사용하는 혜택을 누린 바 있다.

 “베토벤의 자필 악보를 펼쳐보며 그의 영혼을 느꼈죠. 음악사에서 인류의 정신과 계몽의 정신을 녹여 스펙트럼을 무한대로 넓힌 작곡가가 바로 베토벤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선욱은 세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에 앞서 중기의 피아노곡인 ‘안단테 파보리’를 첫 곡으로 연주한다. ‘따뜻하게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곡’이어서 넣었다고 그는 밝혔다. 3만∼10만 원.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