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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이 던지는 부자관계에 관한 질문

오르한 파묵이 던지는 부자관계에 관한 질문

Posted July. 07, 2018 07:35   

Updated July. 07, 201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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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벌어진 비극을 다룬 신화로는 소포클레스의 희곡 ‘오이디푸스’가 유명하지만, 중동에서도 전쟁터에서 아들 쉬흐랍을 모르고 죽인 뤼스템의 이야기가 있다. 페르시아 고전 ‘왕서’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오이디푸스 신화와 함께 소설 전반에 복선으로 녹아있다. 주인공은 친아버지의 부재와 아버지 같은 존재인 스승 사이에서 두 개의 옛이야기를 떠올리며 고뇌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저자가 이번에는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탐구했다. 이스탄불에 사는 고등학생 젬은 어느 날 아버지가 사라지자 대학 학비를 준비하기 위해 우물 파는 일을 하러 30마일 떨어진 도시 왼괴렌으로 떠난다. 우물 파는 기술자인 마흐무트는 비밀스러웠던 아버지와 달리 밤마다 신화를 들려주고 인생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빨강머리의 여인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마흐무트에게 은근한 질투를 느끼던 젬은 마흐무트가 들어가 있던 우물에 실수로 양동이를 떨어뜨린 뒤 그를 죽였다고 믿는다. 고향으로 황급히 도망친 그는 먼 훗날 왼괴렌을 다시 찾아간 뒤에야 재회한 친아버지와 빨강머리 여인, 마흐무트의 진실을 알게 된다. 

 이야기 곳곳에는 ‘이스탄불의 작가’라고 자칭하는 저자의 정체성이 뚜렷이 드러나 있다. 터키 및 중동, 아시아의 도시들을 배경으로 동서양의 고전을 현대 주인공의 삶에 절묘하게 녹여낸다. 신화와 더불어 주인공의 과거, 현재 이야기가 얽힌 다층적인 설정이 저자의 내공을 느끼게 해 준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자유와 복종, 진정한 자아, 운명에 대해 두루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아버지를 몰라보고 죽인 오이디푸스와 ‘왕서’의 신화 앞에서 젬이 느꼈던 복합적인 감정 묘사와 빠른 전개 덕에 지루할 틈이 없다.


조윤경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