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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 고별무대 '오네긴' 을 보고

Posted November. 09, 20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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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애절했다. 20세기 후반 최고의 드라마 발레로 꼽히는 오네긴을 은퇴작으로 선택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의 판단은 탁월했다.

6일부터 3일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오네긴 공연에서 주인공 타티아나 역을 맡은 강수진은 뛰어난 기교와 원숙미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170cm에 가까운 장신이지만 그의 움직임은 마치 구름 위를 사뿐사뿐 걷는 듯했고 우아함과 안정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큰 줄거리는 있지만 춤의 기교가 중시되는 고전발레와 달리 드라마 발레는 고전발레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등장인물의 감정과 행동을 부각시킨다. 그 때문에 무용수의 감정 연기에 따라 관객이 느끼는 감동의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그런 측면에서 강수진은 타티아나의 감정을 선명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순수한 시골소녀 타티아나가 귀족 청년 오네긴에게 사랑을 느끼며 설레는 감정을 편지에 옮기는 1막, 타티아나가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오네긴에게 거절당하는 2막, 그레민 공작의 부인이 된 타티아나가 뒤늦게 찾아와 사랑을 고백한 오네긴을 사랑하면서도 거부하는 3막 모두 강수진의 무르익은 연기에 관객들은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다.

강수진은 지난해 나비부인 이후로 1년 4개월간 무대를 떠나 있었지만 춤은 녹슬지 않았다. 특히 오네긴의 백미라 불리는 1막 2장의 거울의 파드되(2인무)와 3막 2장의 회한의 파드되가 압권이었다. 거울을 보면 미래의 남편이 나타난다는 게임을 친구들과 하던 중 거울에서 오네긴의 모습을 발견한 타티아나가 오네긴의 환영과 함께 춤을 추는 거울의 파드되에서 강수진은 고난도의 회전 동작 등에 전혀 실수가 없었다. 오랜 방황 뒤 돌아온 오네긴으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지만 그를 밀쳐내는 회한의 파드되에선 절제미와 동시에 타티아나의 고통이 느껴졌다.

강수진은 그동안 오늘 당장 발레를 그만둬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그만큼 후회 없어 보이는 그의 마지막 국내 공연을 본 관객들은 전석 기립박수를 보내며 그의 퇴장을 아쉬워했다.

첫날 공연에선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또 다른 수석 발레리나 강효정이 타티아나의 동생 올가 역을 맡아 강수진과 함께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또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이 공연 5시간 전부터 극장에 나와 현장에서 판매되는 시야제한석 티켓을 구매하려고 줄을 서기도 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