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0월 수출액이 435억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5.8% 줄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발표했다. 월간 감소율은 2009년 8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 올 들어 수출과 수입이 10개월 연속 줄면서 2011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이어진 연간 교역 1조 달러 행진을 마감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경제의 핵심 동력으로서 한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키운 수출이 추락하는 것은 제조업, 나아가 우리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수출이 회복되면 앞으로 연 3%대 후반의 성장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지금 추세라면 반등은커녕 오히려 수출 부진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크다.
수출 부진의 원인은 지난주 한국은행이 53년 만의 제조업 매출 감소 발표와 함께 내놓은 진단과 다르지 않다. 원화가치 상승과 글로벌 경기 불황이 주요인이다. 올해 18월 전 세계 교역량이 12.0% 감소했고,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모두 수출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그래도 한국만큼 여파가 크진 않다. 우리나라는 전자 자동차 화학 등 수출 주력품목이 10년째 그대로이고, 이들 상품의 뒤를 이을 차세대 수출 품목은 눈에 띄지 않는다. 수출시장 확대를 위한 한국 기업들의 도전정신과 패기도 예전 같지 않다.
기업의 분발과 제조업 경쟁력의 회복이 시급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정부와 외교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우리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원화 강세는 구멍 뚫린 한국의 경제외교 책임도 적지 않다. 미국은 노골적인 엔화와 위안화 약세정책으로 수출 촉진에 힘쓴 일본과 중국의 환율 조작은 사실상 묵인하면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움직임에는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한일관계 냉각의 책임을 우리 쪽에만 돌릴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10월 대일() 수출은 25.6%나 격감했다.
대중() 수출에 도움이 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6월 1일 정식 서명한 뒤 5개월이 지났다. 그런데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중국과의 성공적 FTA를 위해선 그간 발효된 FTA 평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혀 한미FTA 등의 재평가까지 시도할 태세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어제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한중 FTA가 공식 발효되면 양국 국민에게 커다란 이익을 줄 것이라며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심정이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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