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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서 숨진채 발견된 세살배기 시리아 난민...

해변서 숨진채 발견된 세살배기 시리아 난민...

Posted September. 04, 201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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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티셔츠와 파란색 7분 바지 차림의 꼬마가 해변에 엎드려 있다. 서너 살이나 됐을까. 굴 따러 간 엄마를 기다리다 바다가 부르는 자장노래에 잠든 걸까? 하지만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검은 머리칼을 적시고 얼굴까지 적셔도 도통 일어날 줄 모른다.

섬집 아기라는 한국동요 속 주인공 같던 이 꼬마의 사진에 유럽 대륙이 충격에 빠졌다. 2일 터키 휴양지 보드룸의 해변에서 발견된 시리아 난민 어린이의 시신 사진이다. 터키 구조대원들이 찍은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표류물이 된 인도주의(Flotsam of Humanity)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인권감시센터의 나딤 후리 사무부총장은 파도에 휩쓸리는 이 시리아 꼬마의 이미지는 잊을 수 없다며 집단적 난민구조 노력의 가장 큰 실패라는 트위터 메시지를 올렸다. 한 터키인은 (사진 속에서) 인간은 봤지만 인간성은 보지 못했다며 세계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 어린이는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의 아일란 쿠르디(3)다. 코바니는 이슬람국가(IS)와 시리아반군 간에 격렬한 공방전이 펼쳐지는 악명 높은 전장이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올해 초 고향을 등진 쿠르디 가족은 최근 터키에서 소형보트에 몸을 싣고 그리스 코스 섬을 향해 떠났다가 보드룸 해변 인근에서 배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했다. 쿠르디 가족을 포함해 23명을 나눠 태운 소형보트 2척이 모두 전복돼 어린이 5명을 포함해 12명이 숨졌다. 쿠르디의 형 갈립(5)도 목숨을 잃었다.

가슴 아픈 쿠르디의 주검 사진은 난민 문제를 골칫덩어리로 취급해오던 유럽의 양심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파도에 실려 온 시리아 꼬마의 사진이 난민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이 바뀌겠는가라고 통탄했다. 허핑턴포스트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겨냥해 데이비드, 뭐라도 좀 하세요라는 제목을 달았다. 스페인 일간 엘문도는 홈페이지에 유럽의 익사라는 제목과 함께 쿠르디의 사진을 실었다.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도 전 세계의 침묵에 대한 사진이라고 전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유입된 난민은 35만 명을 넘어섰으며 지중해를 건너다 숨진 난민은 2643명에 이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