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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시장' 이재명

Posted August. 25, 201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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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힘든 환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이다. 10대 때 성남의 한 장갑 공장에서 일하다 왼쪽 손목이 골절되는 산재 사고를 입었다. 그의 왼팔은 지금도 구부러져 있다. 공장에서 독한 화학물질을 많이 들이켜 후각도 잃었다. 고입과 대입 모두 검정고시로 통과한 뒤 중앙대 법학과에 입학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이 시장이 상식에 시비를 거는 도발적 태도는 이런 삶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시장이 최근 북에서 먼저 포격? 연천군 주민들은 왜 못 들었을까라는 제목으로 쓴 미디어오늘의 기사를 링크해 트위터에 올렸다. 북한이 정말 먼저 포탄을 쏜 것인지 의심하는 뉘앙스가 풍긴다. 이 기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조치로 현재 삭제돼 있다. 그는 지난달 19일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자살한 국정원 직원의 유서에 대해 아무리 봐도 유서 같지가 않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12월에는 세월호의 실소유주는 청해진해운이 아니라 국정원이라는 주장을 폈다.

의심은 그 근거가 공감을 얻지 못하면 괴담 소리를 듣는다. 북이 포격에 사용해 경기 연천군 야산에 포탄이 떨어진 14.5mm 고사포는 직경이 크지 않아 쏘는 곳에서야 큰 소리가 나겠지만 야산에 떨어질 경우에는 푹 하는 소리 정도가 날 뿐이다. 그것을 주민들이 듣지 못했다고 북의 포격을 의심한다는 것은 포 사격을 한번도 체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나 할 만한 소리다. 의심은 진실을 찾아가기 위한 방법적 의심이어야지 의심 자체가 목표여서는 안 된다.

경향신문은 최근 한명숙 전 총리 유죄 확정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정치 재판이라고 비판하는 사설을 썼다. 보수 진영의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 진영의 한겨레신문까지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는 사설을 쓰자 경향신문만 나 홀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한 꼴이 돼 버렸다. 이 시장이 86세대적인 도식에 사로잡혀 젊은 세대에게조차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시비를 계속 건다면 어느 사이 현실과 동떨어진 괴담이나 퍼뜨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