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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영화 새 공식은 클래식 음악? (

Posted August. 18, 201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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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름 극장가 흥행을 주도하는 베테랑과 암살,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클래식 음악이 주요 모티브나 분위기 설정에 사용되고 있다.

영화 베테랑에서 트럭운전사 배 기사(정웅인)가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의 사무실에서 전 소장(정만식)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장면은 이후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다. 이때 흘러나오는 서정적이고 비장한 클래식 음악은 이탈리아 빈첸초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인 정결한 여신이여(카스타 디바Casta Diva). 여사제인 주인공 노르마의 복잡하고 참담한 심정을 담고 있는 이 곡은 배 기사와 그의 아들이 폭력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보여주는 장치로 쓰였다. 방준석 음악감독은 사무실에 매우 비싼 최고급 오디오를 갖고 있는 등 조태오의 취향과 어울리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영화 암살에서 안옥윤(전지현)과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이 처음 만나는 상하이 미라보 호텔. 여기서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 2악장이 잔잔하게 흐른다. 로망스로 불리는 2악장은 둘이 싱겁게 헤어지지만 앞으로 애틋한 사랑을 하게 될 것이라는 암시를 담고 있다. 최동훈 감독은 거친 만주에서 살다가 화려한 상하이로 처음 온 안옥윤에게 휴식 같은 느낌을 주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암살에선 드보르자크의 유머레스크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등 가볍고 경쾌한 음악이 자주 사용돼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시대극의 분위기를 순화하는 역할을 한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선 아예 초반부 주요 무대로 오스트리아 빈 오페라극장인 슈타츠오퍼를 활용했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을 배경 삼아 오스트리아 총리 암살 시도를 그리는데, 가장 잘 알려진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의 하이라이트 대목에서 총을 쏘도록 한 설정은 극적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남녀 주인공이 수수께끼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는 상황에서 나오는 노래.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이 영화에선 이후에도 두어 차례 변주돼 나온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