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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치풍자 제왕의 퇴장

Posted August. 11, 2015 07:19   

미국 케이블채널 코미디 센트럴에서 데일리 쇼를 16년간 이끈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53)가 지난주 마지막 방송을 내보냈다. 그의 하차 소식에 누구도 당신만큼 뉴스를 재미있게 만들고, 코미디를 이렇게 엄청난 뉴스거리로 만들지 못했다는 등의 찬사가 각계에서 쏟아졌다. 코미디 센트럴을 보유한 미디어 기업 비아콤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경제적 파급 효과도 컸다.

코미디언이 진행하는 뉴스라고 우습게보면 큰 코 다친다. 날카로운 시사 분석에 독보적인 유머 감각을 갖춘 스튜어트는 그날의 이슈를 고품격 정치풍자 쇼로 전달함으로써 전통적인 뉴스 시청 방식을 바꿔놓았다. 데일리 쇼의 평균 시청자는 150만 명, 이 가운데 80%가 한창 직업 전선에서 일하는 1849세라는 점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정치와 미디어의 잘잘못을 시원하게 꼬집어준 덕에 젊은 세대가 뉴스를 접하는 첫 번째 통로가 됐다. 리포터로 출연한 사람 중에도 데이비드 레터맨 쇼의 후임으로 뽑힌 스티븐 콜베어 등 스타를 배출했다.

뉴스와 인터뷰를 살짝 비틀고 유쾌하게 희화화하는 것이 그의 장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 4번을 포함해 7번 출연했고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전 대통령과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등 외국 정치인들도 기꺼이 응했다. 2007년 대선 후보 오바마를 인터뷰하면서 다른 조그만 나라에서 대통령을 먼저 한 뒤 미국 대통령을 하면 안 되겠냐고 미숙한 경험을 꼬집었다. 공화당 미트 롬니 의원 등 정치인의 말 바꾸기를 비판하는 것도 단골 메뉴다. 사람들은 그를 전설적 앵커에 빗대 웃음 주는 월터 크롱카이트라고도 부른다.

막말 공격대신 세련된 풍자로 시사 뉴스의 아이콘이 된 그는 지상파와 CNN, 폭스 등의 쟁쟁한 앵커들을 제치고 2009년 타임지 조사에서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앵커에 올랐다. 진지함과 위트의 균형을 잃지 않은 덕이다. 한국에선 정치판 소식을 무궁무진한 웃음의 명약으로 바꿔줄 앵커가 왜 나오지 않는 걸까.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