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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챙겨갈 것도 없네, 담배 한 갑밖에"

유승민 "챙겨갈 것도 없네, 담배 한 갑밖에"

Posted July. 10, 2015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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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챙겨갈 것도 없네. 서랍에 담배 한 갑 들어있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9일 오전 텅 빈 국회 원내대표실 안을 바라보며 이같이 독백을 했다. 씁쓸한 표정이 묻어났다. 유 전 원내대표는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국방위원회 회의에 원래 100% 출석했는데 요새 못 갔다며 지역구 관리도 해야 하고 의원회관에도 있고 왔다 갔다 하겠다고만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을 보좌했던 당 사무처 당직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떠났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본회의장 맨 뒤에 있는 원내대표석에 앉아 있기가 불편했을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전날 사퇴 직후엔 서울의 한 설렁탕집에서 식사를 한 뒤 저녁엔 경기 김포의 한 고깃집으로 옮겨 원내부대표단과 5시간 동안 통음을 했다. 여의도와 가까운 김포는 홍철호 원내부대표의 지역구여서 평소 원내대표단이 종종 회식을 했던 곳이다. 이 자리엔 김세연 민병주 김희국 이종훈 의원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나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을 텐데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또 내년 총선에서 다들 살아남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처음엔 유 원내대표의 대학 시절 하숙생활 에피소드 같은 가벼운 대화가 오갔지만 차츰 분위기가 무거워졌다고 한다. 일부 참석자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오후 11시 20분경에야 서울 개포동 자택 앞에 도착한 유 전 원내대표는 (술을) 좀 했다며 불그스레한 얼굴로 집에 들어섰다. 희미한 웃음을 보였지만 안경을 벗은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새누리당은 원내대표 경선관리위원회(위원장 서상기 의원)를 발족하고 14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표 대결이 아닌 수도권, 계파색이 옅은 인물을 합의 추대하는 방식에 공감대를 이뤘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선 원유철 정책위의장을 추대하자고 의견을 냈지만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에서 구체적인 인물을 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번 주말 동안 후보자에 대한 의견 수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원 의장은 이날 오후 유 전 원내대표를 의원회관에서 만나 그동안 수고하셨다고 말했다. 원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 지금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