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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베팅 혐의로 입건된 농구감독

Posted May. 27, 201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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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기왕 김일은 실컷 터지고 난 뒤에야 제 실력이 나왔다. 비틀거리다 상대의 머리를 손으로 잡고 한쪽 발을 들어 몸을 뒤로 젖혔다가 들이받는 박치기로 통렬하게 경기를 끝냈다. 흑백 TV 시절 가슴 졸이며 중계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마침내 터진 한 방에 함성을 지르면서도 왜 처음부터 박치기를 안 했는지 내심 궁금해했다. 쇼니 아니니 말도 많았다. 요즘 사람들은 프로레슬링이 엔터테인먼트에 가깝고 꼭 정면승부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각본이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유일한 스포츠 종목일 게다.

아널드 로스스타인은 미국 도박 범죄의 전설이다. 그는 1919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우승팀을 가리는 월드시리즈에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신시내티 레즈가 오르자 열세인 레즈에 6만 달러를 베팅해 27만 달러를 벌었다. 압도적 우세가 예상됐던 화이트삭스 선수들을 도박사들이 포섭하도록 뒤에서 조종한 혐의를 받았지만 물증이 없어 기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승부조작 가담 선수 8명은 영구 제명됐고, 팀은 흰 양말 대신 검은 양말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한 세기가 흐른 지금까지 대표적 승부조작 사건으로 남은 블랙삭스 스캔들이다.

이달 19일 이탈리아에서는 마피아 조직과 연계된 축구 승부조작 사건으로 50여 명이 체포됐다. 30여 개 클럽의 선수, 코치, 관리자들이 연루됐고 3, 4부 리그에서 승부를 조작한 경기가 수십 건이란다. 스포츠에서의 승부 조작은 종목도, 나라도, 프로와 아마추어도 가리지 않고 벌어진다. 도박 등 범죄가 관련된 경우가 많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남자 프로농구 전창진 감독이 불법 스포츠토토에 참여해 자신이 지휘하던 부산 KT가 지는 쪽에 최소 3억 원을 베팅하고 2배 가까운 배당을 챙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기 막판에 후보선수들을 투입하는 전 감독을 보며 팬들은 고개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그런 감독을 믿고 열심히 뛴 선수들은 더 허탈할 것이다.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난다면 페어플레이 정신과 직업윤리를 저버린 스포츠계의 추문으로 남을 것이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