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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은 약인가 독인가

Posted March. 09, 201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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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회사다. 대표적인 저임금 기업으로 비판받는 월마트가 4월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을 연방 최저임금인 7.25달러보다 많은 9달러로 올리고 내년 2월에는 10달러로 올린다고 지난달 밝혔다.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2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월마트의 보이는 손(Walmarts visible hand)이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키고 중산층 형성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 1월 신년 국정연설에서 1만5000달러(약 1647만 원)로 한 해 동안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해보라며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월마트가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앞장서 호응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이지 않은 손(invisible hand)에 강조점을 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미국 경기가 회복하면서 기업들 사이에 노동자 구하기 경쟁이 치열해지자 월마트가 선수를 쳤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최저임금을 지난해 7% 올렸는데 올해는 더 빠른 속도로 올리겠다고 말하고 기업 측에 근로자 임금 인상도 독촉했다. 한국 정부도 미국 정부처럼 해보겠으니 우리나라 기업도 월마트처럼 해보라는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 부총리의 발언이 있은 바로 다음 날 올해 적정 임금인상률을 1.6% 이내로 제시했다. 적정 임금인상률을 제시하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 이후 최저치였다.

회복세가 역력한 미국 경제와 달리 우리 경제는 아직 암중모색이다. 대기업은 임금을 올려도 버틸 여력이 있겠지만 순이익도 나지 않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 임금을 올리도록 압박하면 오히려 고용을 줄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임금 인상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소비 및 투자 진작 효과가 나타나기는커녕 상황이 더 나빠지기 쉽다. 우리 사정에 맞는 적절한 임금 인상의 수준을 고민해야지 미국을 무비판적으로 따라 하다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