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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호랑이 같은 국민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대통령이 호랑이 같은 국민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Posted January. 26, 20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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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어제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집권 3년차 비서실이 나아갈 방향에 관한 워크숍을 열고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국정과제를 추동력 있게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국민과의 소통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23일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개편에 대해 10명 중 5명꼴로 미흡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국민이 기대한 인적 쇄신과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쇄신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새누리당에서까지 인적 쇄신에 실망했다며 당정청의 국정 운영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촉구(조해진 의원)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이 호랑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국민은 사육사가 아무리 잘해 줘도 비위에 거슬리면 사육사를 물어 버리는 맹수 같은 존재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사촌 형부이자 원로 정치인인 김 전 총리의 통찰을 깊이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해도 열 가지 중 하나만 잘못해도 물고 늘어지는 국민의 속성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김 전 총리의 지적은 정곡을 꿰뚫어 본 것이다.

박 대통령은 드러난 비리가 없는 측근 비서관 3인방을 자를 수 없어서 기능과 역할을 조정하고, 드물게 사심이 없는 김 실장은 조금 남은 일을 마칠 때까지 교체를 미뤘다. 밤늦은 시간까지 보고서와 씨름하느라 외로울 시간도 없다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언론과 국민 여론이 야속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윤회 문건 사건 이후에도 소통을 가로막고 시스템에 의한 국정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을 방치하면 국민의 실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

시간을 끌거나 모양만 바꾸는 식의 쇄신으로 미봉하다가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면 대통령과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지지율의 급격한 저하는 국정 수행 동력 상실과 레임덕 가속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김 실장의 교체는 청와대 개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룰 일이 아니다. 사의 표명 후 8개월을 어정쩡한 위치에 머물렀던 정홍원 총리의 전철을 밟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속히 교체하는 것이 맞다. 청와대 후속 개편과 개각 작업도 신임 비서실장의 보좌를 받는 것이 정도라고 본다. 내각과 청와대에 새로 기용할 인물은 국민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면면으로 엄선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소통 방식 자체가 바뀌었음을 보여야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