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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릉 거리는 형, 어른 되려고 아픈가봐

그르릉 거리는 형, 어른 되려고 아픈가봐

Posted January. 10, 201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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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살려 주세요라니, 그런데 다음 줄을 읽으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형이 사춘기라네요. 형제간의 토닥거림이 눈에 그려집니다. 표지 그림에 커다란 양철 냄비를 뒤집어쓴 형의 모습이 단호합니다. 아무 간섭도 받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입니다. 사춘기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은 압니다. 저 양철 냄비 속 아이의 대책 없음을 말입니다.

이 책은 동생 눈에 비친 사춘기 관찰기입니다. 동생의 귀에 들리는 형의 목소리는 이렇습니다. 그르릉 너 그르릉 내가 내쫓았는데 그르릉 그르릉 가져와. 한때는 동생의 롤 모델인 형이었는데 지금의 형은 말할 때보다는 짖을 때가(!) 더 많고, 청바지를 엉덩이 밑으로 흘러내리게 입고, 머리도 어쩌다 생각나면 감는 괴물 형이 되었습니다.

형을 골탕 먹일 방법을 찾기 위해 형의 컴퓨터도 뒤지고 페이스북도 뒤집니다. 그러다 발견한 아주 의외의 형의 모습, 왜 형은 이런 모습을 식구에게 보여주지 않았을까요? 동생의 노력이기도 하고, 시간이 흐른 덕분이기도 해서 형의 사춘기는 끝나갑니다. 형은 드디어 자기 세계 속에 빠져 지내는 것을 그만두었고, 우리도 형을 무거운 짐짝처럼 보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렇게요.

이제 동생은 평화로울까요? 바로 오늘 저녁, 누나가 내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아버렸다. 이런! 이젠 누나가 양철 냄비를 뒤집어쓸 모양입니다. 에구, 좀 더 애써야겠네요.

마지막 문장이 의미심장합니다. 누구에게나 차례가 돌아오는 법이다! 양철 냄비는 구멍도 나지 않습니다. 큭큭큭!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