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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의 제인 구달 길

Posted November. 24, 201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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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동물에 관심이 많은 유명 연예인을 에코브리티라고 한다. 대표적인 에코브리티인 배우 앤젤리나 졸리와 피어스 브로스넌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동물학자 제인 구달을 꼽는다. 유기견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가수 이효리는 그를 자신의 멘토라고 했다.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구달은 26세 때 아프리카 대륙에 건너가 침팬지와 평생에 걸친 인연을 맺었다.

탄자니아 곰베 밀림에서 야생 침팬지를 연구하던 구달은 1960년대 인간이 아닌 동물도 도구를 쓴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침팬지가 나뭇잎을 이용해 흰개미를 잡아먹고, 침팬지는 초식성 동물이 아니며, 자신들만의 강력한 질서와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의 침팬지 연구는 곧 생명체에 대한 경외감으로 이어졌다. 구달은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인한 침팬지 감소를 우려하다가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올해 80세인 그는 연간 300일을 세계를 돌며 동물과 환경보호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2003년부터 거의 매년 한국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가 요즘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은 청소년이다. 기성세대와 물질주의에 물들지 않은 청소년이 앞으로 지구를 되살릴 수 있는 주체라고 본 것이다. 그가 만든 청소년 환경단체인 뿌리와 새싹(Roots and Shoots)은 12명의 탄자니아 아이들로 시작해 지금은 110개국 15만 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조직으로 성장했다.

국립생태원이 어제 구달 박사가 참석한 가운데 제인 구달 길 명명식을 가졌다. 이 길은 그의 삶과 업적을 느낄 수 있도록 국립생태원 내 1km 구간에 만들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사전 신청으로 선발된 300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는 평범한 한 여성이 침팬지와의 교감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발견하며 위대한 인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제인 구달의 개봉(27일)에 맞춰 방한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인 동물인 인간이 어떻게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우리도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