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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거점 공습지상군 투입?

미,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거점 공습지상군 투입?

Posted September. 24, 20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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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동쪽 시리아 땅 위로 아침 해가 떠오르기 직전인 23일 오전 4시 반(한국 시간 오전 9시 반). 홍해에 주둔한 미국 전함(USS) 알레이버크 미사일 유도함에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여러 발이 발사됐다. 미국 중부군사령부의 공습 명령에 따라 지중해에 배치된 미사일 구축함 콜 호도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장전하고 시리아 방향을 조준했다.

몇 분 뒤 시리아 북부 도시 라카 상공에서 붉은 섬광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총사령관 역할을 맡은 국제연합군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시리아 본거지에 대한 공습을 단행한 순간이었다.

이라크 남동쪽 걸프 만에 정박해 있던 조지 W H 부시 항공모함 전단(CVN-77)에서는 F-16, F-18 등 전투기와 B-1 폭격기, 무인기가 일제히 발진했다. 인근 아랍 국가들의 공군기지에서 일제히 날아오른 미 공군 폭격기와 전투기들도 가세했다. 스텔스 기능이 뛰어나 IS의 방공망을 피할 수 있는 F-22 랩터 전투기도 첫 실전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데터를 비롯한 무인기도 공습에 동참했다.

약 90분 동안 진행된 연합군의 첫 시리아 공습은 라카 지역 일대의 20여 개 목표 지점을 겨냥했다. 라카 외에도 시리아 3개 지역이 공습 대상이 포함됐다. IS의 지휘본부와 병사들의 숙영지는 물론이고 무기창고와 연료저장소, 훈련소 등 주요 군사시설이 대부분 파괴됐다. CNN은 이날 공습으로 수십 명의 IS 병사들이 사망하는 등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첫 공습에 이어 이날 하루 동안 몇 차례 더 공습을 이어갔다.

이날 공습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등 아랍 5개국이 함께 참여한 명실상부한 연합작전으로 진행됐다. UAE의 알다프라 기지, 바레인의 이사 기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 등에서는 미 공군 전투기와 폭격기가 이륙했다. 이 국가들은 군 기지를 제공했고 미군 전투기와 폭격기의 자국 영공 이용도 허용했다.

앞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해 사우디와 바레인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레바논 오만 카타르 UAE 등 IS 위협에 직면한 10개 아랍 국가들로부터 전폭적이고 광범위한 지원 약속을 받아낸 상태였다.

얼마 전까지도 주권 침해라고 주장하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는 미국과 아랍 국가들이 전광석화처럼 벌인 자국 내 공습에 별다른 항의를 하지 못했다. 시리아 정부는 미국 정부가 공습 사실을 미리 알려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시리아 국영TV는 미국 측은 유엔 주재 시리아 대사에게 라카 지역의 테러단체를 겨냥해 공습에 나설 것이라는 사실을 전해 왔다고 밝힌 외교부의 성명을 그대로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예상보다 일찍 시리아 공습을 단행한 것은 10일 대국민 성명을 통해 시리아 공습을 예고한 상황에서 시점을 늦춘다면 IS 세력이 피신할 기회만 줄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주요 국제 이슈에 지나치게 유약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식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도 작용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총회가 열리는 주초로 공습 시점을 결정한 것에 대해 미군 단독이 아닌 국제연합군 차원의 작전을 주장해 온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IS 격퇴 참여를 호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공습 확대로 미국의 중동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해 온 오바마 행정부가 IS 공세를 막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에 다시 개입하는 사실상의 U턴을 택하면서 다시 중동전의 수렁으로 빨려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이승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