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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만의 폭우 매년 오는 시대, 재난 대비 달라져야

백년만의 폭우 매년 오는 시대, 재난 대비 달라져야

Posted August. 27, 2014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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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부산 경남일대에 시간당 130mm 안팎의 국지성 집중호우로 고리원전 2호기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를 끌어들이는 건물이 침수하면서 취수 펌프가 작동을 멈추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가동을 수동으로 정지시킨 것이다. 취수 건물은 원자로와는 다른 건물이지만 폭우로 원전 가동이 중단됐다는 사실은 국민을 불안케 한다.

2011년 일본에 쓰나미가 닥쳤을 때 후쿠시마 원전에선 지하실 비상발전기가 침수돼 냉각을 할 수 없어 사고가 났다. 고리2호기는 비상발전기 아닌 취수펌프가 멈춰 냉각수를 보낼 수가 없게 됐고 정전까지 발생했다. 한수원은 취수펌프를 작동시키는 제어반의 위치가 너무 낮아 침수됐다고 설명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 원전 안전점검을 할 때는 위치의 문제점을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정부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내놓은 40여개 안전 강화 조치 가운데 제어반의 위치 조정이 들어있지 않은 것도 잘못이다. 폭우에 대비해 모든 원전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짧은 시간 폭우에 부산 경남 지역의 도시기능이 마비되면서 인명 재산피해가 너무 크게 발생했다. 원전가동은 물론이고 지하철과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사망자가 5명, 이재민이 200명에 이른다. 이렇게 피해가 커진 데는 625전쟁 이후 난개발이 진행된 부산의 특수성도 있겠지만 안전 불감증과 허술한 재난대비, 당국의 무사안일도 큰 요인이다. 부산 구포동에서 산사태가 덮친 경로당의 경우, 18일 폭우로 이미 토사가 흘러내려 주민 신고가 있었는데도 관할 구청은 예산과 인력 타령을 하며 무시했다.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로 변화하면서 폭우 폭설 등 이상기후가 빈발하고 있다. 100년에 한번 올까말까 한 국지성 집중호우가 지역을 바꿔가며 매년 쏟아진다. 상시적 물폭탄에 에 대비해 재해 설계기준을 강화하고 기상청의 예보능력도 키워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재난 예보가 있을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설마하는 안전 불감증과 늘 하던 대로 하는 타성이 대형재난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부산 경남 폭우 피해가 다시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