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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식 '고속 출세'의 그늘

Posted August. 04, 201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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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선에서 권은희 전 경정을 광주에 공천해 논란이 뜨겁던 시점이었다. 보상 공천이 야당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데 모두 공감했다. 조직 생활에서 권은희 같은 상사나 부하를 만나 지뢰를 밟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는 데도 의견이 일치했다.

지난해 8월 국회의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권은희는 국정원 댓글 의혹 수사 과정에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수사 축소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김수미 분석관 등 13명의 경찰관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어떤 형태의 외압도 없었고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리 현실에서 정치적 파장이 큰 민감한 사안에서 모든 사람이 입을 맞춰 거짓말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법원은 김용판에 대한 1심과 2심 재판에서 권은희의 주장을 배척했다.

권은희는 약 1년간 변호사를 한 뒤 31세 때인 2005년 경정으로 특채됐다가 올해 6월 경찰을 떠났다. 정의의 화신인 양 목소리를 높였지만 변호사 시절의 위증 교사 의혹, 석사 논문 표절 의혹, 남편 재산 축소신고 의혹 등 구악 정치인 뺨치는 하자투성이였다. 공병호 박사는 권은희 논문은 도덕적 책임은 물론이고 법적 책임도 져야 할 100% 표절 논문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에서도 김용판의 무죄가 확정된다면 권은희는 청문회 위증 혐의로 사법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불과 40세의 나이에 금배지를 달았지만 권은희식 고속 출세의 그늘은 짙다. 앞으로 제2의 권은희식 한방을 꿈꾸며 정치권과 유착하려는 공무원이 속출할지 모른다. 자신만의 현실 인식에 매몰돼 언제라도 뒤통수를 칠 수 있는 동료가 없는지 경계하면서 살아야 한다면 피곤한 일이다. 권은희가 본인의 희망대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배치돼 상사였던 경찰 간부들에게 호통을 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코미디다. 권은희의 국회 입성은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