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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별장급습때 경찰에 안 알렸다

Posted July. 25, 2014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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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현상수배범 유병언을 쫓던 대한민국 검찰과 경찰에게 애초부터 수사공조는 허울뿐인 구호였던 것 같다. 40일 전에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된 유 씨를 쫓는 검경은 핵심 정보를 숨기기 바빴고 검거의 공을 독차지하려는 조직 이기주의만 득세한 사실이 드러났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안전행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성한 경찰청장의 답변은 수사기관이 벌여 온 헛발질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 청장은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은신해 있던 전남 순천의 별장 숲 속의 추억을 급습한 5월 25일 상황을 전혀 몰랐음을 시인했다. 안행위 소속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검찰이 급습할 때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이 청장은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6월 말 신모 씨의 진술을 토대로 검찰이 별장을 재수색하고 10억여 원이 들어 있는 돈 가방을 찾았다는 정보에 대해서도 경찰은 철저히 소외됐다. 경찰과 상황을 공유했다면 유 씨에 대한 수사와 수색방향이 180도 달라질 수 있는 핵심 정보였지만 검찰 측은 보안 때문이라는 궁색한 이유를 댔다. 황 장관은 수사팀에서 현장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고 유 씨나 유 씨 은닉 협조자 검거를 위해 극비리에 수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유 씨의 시신을 발견한 뒤에도 검경의 공조는 없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주요한 핵심 단서를 놓친 데 대해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이 청장은 유병언으로 판단하지 못한 이유는 (시신이) 심하게 부패했고 남루한 옷과 소주, 막걸리병이 발견돼 행려병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역시 유 씨가 숨어 있던 별장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는데도 현장에 나가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황 장관은 직접 검시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받았다면서 결과적으로 저희들 조치가 잘못된 것이라고 시인했다.

이날 현안 질의에 나선 여야 의원들은 검경의 공조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이렇게 허망한 결과가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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