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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버스 입석금지 소동

Posted July. 18, 2014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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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버스는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통해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을 연결해주는 서민의 발이다. 승용차나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는 외곽 주민에겐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명목만 좌석버스지 출퇴근길엔 입석()버스가 된 지 오래다. 고속으로 달리는 버스에서 서 있는 것은 분명히 위험하다. 그래도 왜 입석으로 운행하느냐고 항의하는 승객은 없다. 오히려 붐벼도 꼬박꼬박 태워주는 기사가 고맙다.

세월호 참사의 불똥이 광역버스로 튀었다. 세월호 사고가 우리사회 안전불감증과 켜켜이 쌓인 적폐로 발생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안전 차원에서 입석으로 운행하는 좌석버스를 단속하기로 한 것이다.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오가는 차량은 승객이 모두 앉은 채 안전벨트를 해야 한다는 것이 현행 도로교통법 규정이다. 국토교통부는 5월 광역버스 입석금지 법안을 입법 예고하고 7월 16일부터 시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입석금지 단속 첫날, 광역버스는 좌석이 다 차면 정류장을 지나치고 승객을 태우지 않았다. 그러나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일부 버스는 승객을 태웠다. 빗발치는 승객 항의에 굴복한 것이다. 경기도는 출근길 교통난 해소를 위해 버스 188대를 증차하고 배차간격을 단축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증차도 해법은 아니다. 광역버스는 출퇴근을 비키면 텅텅 빈 채 다닌다. 버스 증차비용도 세금이나 요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누군들 입석버스를 타고 싶어 타겠는가. 좌석버스에서 모처럼 자리를 잡아 등받이에 머리를 뉘고 한 10분 졸면 출근하는 기분도 산뜻하다. 현실적 고려 없이 원칙대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라는 정부 태도는 무책임의 전형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시일이 너무 오래 걸리고 투입 예산도 만만찮다. 아예 분당반포 간 고속도로를 해제해 입석을 합법화하는 방법은 어떨지 모르겠다. 나 홀로 승용차에 한 사람 더 태우기 운동을 펴거나 이층버스 도입이라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우선 대중의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라도 해보기 바란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