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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는 간데없고...공천에 등돌린 20년 지기

동지는 간데없고...공천에 등돌린 20년 지기

Posted July. 09, 2014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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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동작을 후보 공천을 둘러싸고 8일 새정치민주연합에선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낯 뜨거운 장면이 연출됐다.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동작을 전략공천을 수용했지만, 허동준 전 동작을지역위원장과 지지자들이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격렬하게 항의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른바 486 학생운동 동지가 공천권을 놓고 볼썽사나운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기 전 부시장은 이날 오전 9시 반 국회 기자실인 정론관에서 동작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 지도부가 3일 전략공천을 발표한 지 닷새 만이다. 기 전 부시장은 당초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지도부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전면에 내세워 선거를 치르기 위해 동작을로 돌려 깜짝 공천을 했다.

기 전 부시장이 출마 회견문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허 전 위원장 지지자 10여 명은 연단으로 달려 나와 기 전 부시장을 밀어냈다. 동작을을 지킨 것은 허동준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전략공천 반대를 외쳤다. 허 전 위원장도 뛰어 들어왔다. 기 전 부시장이 20년 지기인 허 전 위원장에게 평생의 빚을 지게 됐다는 대목을 읽는 순간 허 전 위원장은 이건 안 돼!라고 소리를 질렀다.

허 전 위원장이 기 전 부시장의 동작을 공천을 지지하기 위해 뒤에 서 있던 유은혜 의원 등을 밀치면서 고성과 욕설이 터져 나왔다. 단상을 점거한 허 전 위원장은 20년 지기의 등에 비수를 꽂는 이런 패륜적인 행태를 만든 김한길 안철수(공동대표)는 사퇴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걸 용납하는 사람들은 다 공범!이라고도 했다.

결국 기 전 부시장은 준비된 출마 회견문을 채 다 읽지 못하고 회견장을 떠나야 했다. 앞문도 아니고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기 전 부시장은 회견장 근처 복도에서 기자들에게 오랜 동안 지역을 지키며 헌신해온 사람의 절규를 이해한다. 절박한 마음을 알면서도 이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 전 위원장이 복도까지 쫓아 나오자 기 전 부시장은 쫓기듯 국회를 떠났다.

한 당직자는 허동준의 심경을 이해하지 못하는바 아니지만 당인()으로서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못마땅해했다. 다른 당직자는 권력 투쟁에 매몰돼 있는 486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의 공천 혼선이 도를 넘고 있다. 공멸할까 봐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기 전 부시장은 미리 배포한 출마 회견문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한 당의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의 변화,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게 박 시장의 이번 선거 캐치프레이즈였다. 저는 동작을에서 새로운 변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다고 힘줘 말했다. 박원순 사람으로 이번 730 재보선을 확실히 박원순 선거로 치르겠다는 다짐이다. 하지만 박원순 깃발에 큰 흠집은 남기게 됐다.

배혜림 기자 be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