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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시진핑 내달 3~4일 방한 김빼기?

Posted June. 26, 201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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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한 일본과 이에 적극 호응하는 북한의 양자 접촉이 7월 초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의 김을 빼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민방인 TBS는 북한과 일본이 다음 달 12일 중국에서 국장급 협의를 여는 방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이번 협의는 북-일이 지난달 2628일 스웨덴에서 납북자 문제 재조사와 일본의 대북 독자 제재 일부 해제에 합의한 뒤 처음 열리는 공식 접촉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당초 6월 말 랴오닝() 성 선양()에서 북-중이 만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일정이 바뀐 듯하다며 장소는 베이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번 협의에서 북한으로부터 납치 문제 관련 특별조사위원회 조직과 구성 등에 관해 설명을 듣고 일본 측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특별조사위 구성이 적정하다고 판단되면 조사 개시 시점에 맞춰 인적 왕래 금지 등의 대북독자 제재들을 해제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 가족의 묘지가 있는 일본인 9명이 25일 성묘 방북을 위해 25일 중간 기착지인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26일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에 들어가 다음 달 3일까지 북한에 머문 뒤 5일 다시 베이징을 거쳐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NHK 등 일본 취재진 60여 명도 이들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다.

북-일 국장급 협의와 일본인 유족들의 성묘 방북은 공교롭게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7월 34일)을 전후해 진행된다. 북-일과 한중의 세력구도를 감안하면 일본 측의 시기 선정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 역사영토 문제로 한국 중국과 대립하는 가운데 북한에 손을 내밀고 있고 북한은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외교 고립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본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또 다른 소식통은 단기적이나마 동북아 구도가 북-일 대 한중으로 바뀌는 양상이 보이는 만큼 각 측의 잇단 외교 일정이 상대방 진영을 겨냥하지 않은 채 순수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풀이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