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논평에서 출발했다. 최초의 신문은 일종의 정치적 팸플릿이었다. 시민(부르주아)들이 그 신문을 읽고 커피하우스(영국) 살롱(프랑스) 만찬회(독일)에서 갑론을박 토론한 것이 여론의 시작이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고, 또 신문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사실 보도의 기능이 커지긴 했지만 논평은 여전히 신문의 본질로 남아 있다. TV와 달리 신문에서 논평이 중심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중앙일보 재직 시절 쓴 칼럼에 대해 사과함으로써 언론인 스스로 논평의 자유를 제한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과 관련해 공인으로서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 그 점이 그의 장례 절차나 사후 문제에도 반영돼야 한다고 쓴 데 대해 유족들과 국민께 불편한 감정 갖게 해드렸다면 송구하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 도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고 쓴 데 대해 가족들과 그분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서운한 감정을 갖게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논평도 잘못된 사실에 기반한 것이면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은 사실이 논란이 되지 않는 순전한 논평의 영역에 속한 것이다. 논평이 선전이나 홍보와 다른 것은 기본적으로 비판이기 때문이다. 본래 비판받는 쪽은 서운하다. 어느 사회도 자살에 호의적이지 않다. 이 경우는 대통령의 자살이다. 이를 비판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범주의 논평일뿐더러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의 논평이다.
문 후보자가 유독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칼럼에 대해서만 사과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계와 DJ계를 달래려는 제스처로 보인다. 그러나 칼럼니스트가 칼럼을 갖고 사과하면 칼럼도 사과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문 후보자는 언론인으로서의 자기 삶도 부정한다는 트윗을 날렸다. 분명한 의견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던 언론인이 다양한 견해를 조율하는 총리가 되는 길이 순탄치 않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