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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자 서른 넘은 딸이, 더 늦기전에 무대 서라네요

김추자 서른 넘은 딸이, 더 늦기전에 무대 서라네요

Posted May. 28, 2014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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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노장 로커의 귀환 같았다.

가수 김추자(63)는 큰 보폭으로 걸어 들어왔다. 고개를 젖힌 채 검고 긴 파마머리를 휘날리며. 영국 밴드 블랙 새버스를 연상시키는 불길한 반음계의 기타 반복 악절이 드럼 심벌의 선동과 맞물리는 신곡 가버린 사람아(신중현 작사작곡)가 흐르자 눈감은 채 리듬에 맞춰 고개를 흔들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만난 여인은, 늦기 전에 커피 한 잔 거짓말이야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 님은 먼 곳에로 1970년대 가요계를 폭격한 그 사람이 맞았다. 1981년 결혼하며 가요계를 떠난 그가 다음 달 2일 앨범을 낸다. 33년 만이다. 음반 제목은 이츠 낫 투 레이트(늦지 않았어). 김추자가 CD로 신작을 내는 건 처음이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다.

30년 이상 평범한 아내와 엄마로 살다 무대로 돌아온다니 설레기도 하고 흥분도 됩니다. 1020년 동안 다양한 노래를 듣고 분석해 왔습니다. 남편과 아이가 제게 노래에 미쳤다고 할 정도였죠.

뜻밖의 컴백에는 서울대 박사과정을 이수 중인 외동딸 박혜원 씨(31)의 격려가 힘이 됐다. 딸이 거울 앞에 저와 나란히 앉아서 말했어요. 엄마, 지금도 늦지 않아. 나랑 같이 늙어 가는데 엄마는 주름도 없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한테 노래를 안 들려주는 것도 잘못이야.

앨범에 수록된 9곡 중 5곡은 신중현의 미발표작이다. 소속사 이에스피엔터테인먼트의 박의식 대표는 1987년 무렵 신중현 선생에게서 받아둔 10여 곡에서 뽑았다. 2012년 4월부터 앨범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수록 곡 중 2곡은 무인도로 인연을 맺은 고() 이봉조(19311987), 1곡은 김희갑 작곡가의 작품이다.

목소리가 여전하다. 몰라주고 말았어(신중현 작사작곡)에서는 진정 나를 몰라주고 말았어으! 꿈이 사라질까봐으! 이얍!!을 지르는 앙칼진 금속성 목소리가 믹 재거(롤링 스톤스), 액슬 로즈(건스 엔 로지스) 같다. 하늘을 바라보소(이봉조 작사작곡)는 중저음의 건재를 들려준다. 고독한 마음(신중현 작사작곡)은 님은 먼 곳에를 닮았다. 달랠 길 없어라으으으으어으으 스며든 외로움에에에에에 고독한 마훔!(마음) 식으로 뜨겁게 끄는 여음이 살아 있다.

결혼과 활동 중지는 자연스러웠다고 했다. 연예계 생활할 때 간첩이다, 뭐다라고들 하는데 노래하기 싫더라고요. 결혼 생활이 행복했던 것 같아요. 목소리가 더 망가지기 전에 (제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원조 댄스가수로 불리는 김추자는 여전히 몸을 움직여야 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다음 달 28, 29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 D홀 콘서트에서 듣고 볼 수 있다.(070-8886-9219)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