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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주의 눈물

Posted May. 20, 20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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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공석에서 자주 울었다. 감정이입을 잘하는 건 좋은데 지도자는 감정과 거리도 둘 줄 알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희생자 영결식장에서 눈물을 보였다. 참담한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국군통수권자의 위엄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어느 화장실 변기 위에서 남자가 흘려서는 안 되는 것이 눈물만이 아니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중년 남자라면 다른 것도 흘려선 안 되지만 특히 눈물은 참을 줄 알아야 한다.

서구에서 평가받는 여성 리더의 자질도 남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철의 여인으로 불렸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의 대처로 불린다. 미국인도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의 대처이기를 바랐다. 힐러리는 2008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강행군 도중 머리 손질을 누가 도와주느냐는 질문에 쉽지 않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 덕분에 지지율을 일시 만회하는 것 같았으나 대통령을 할 만큼 강인하지 않다는 인상을 줘 결국 패했다.

한국은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서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칭찬은 고사하고 아이를 안 키워봐서 감정이 메마른 얼음공주여서 그렇다느니 비난받는 나라다. 죽음이 코앞에 다가와 있는 줄도 모르고 어른들의 잘못된 안내방송을 끝까지 믿고 기다리던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안타깝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그것도 여성 대통령이 공석에서 울지 않은 게 대단하다고 여겼다.

박 대통령이 어제 결국 눈물을 보였다. 대국민담화 막판에 자신의 구명조끼마저 벗어주고 희생된 학생과 승무원 얘기를 하다 감정이 북받쳤나 보다. 여기에까지 박 대통령이 정치적 효과 만점의 눈물을 구사한 것이라느니, 한나라당 천막당사를 시작할 때도 그런 눈물을 보인 적이 있다느니 분석하는 사람은 정나미가 떨어진다. 다만 지도자의 눈물에 야박한 나로선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다. 대통령은 눈물 흘리는 사람이 아니라 눈물 닦아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