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사진) 중국 총리가 부패분자와 부패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처리가 임박했다는 설이 나오는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에 대한 처리 방침을 암시했다는 관측과 함께 일반론을 거론한 데 불과하다는 반응이 뒤섞여 나온다.
리 총리는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부패는 인민과 정부의 천적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누구든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며 당의 기율과 국법을 위반하면 엄중하게 조사해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우리는 법치적 사고와 제도를 통해 권력과 금전을 관리(관권관전)해야 한다며 권한의 경계를 정한 권력명세서(권한의 범위를 나열)를 공표해 남용을 금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가 부패척결 의지를 설명하며 무관용 법 앞에 평등을 거론하자 중화권 언론에선 저우 전 서기가 이르면 이번 주에 사법처리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홍콩 밍()보는 13일 저우 전 서기의 비서였던 위강()의 매부로 인허()증권 직원인 왕위안()이 전날 회사에서 자살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저우 전 서기 관련 질문을 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은 당 지도부가 그에 대한 처리 방향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리 총리가 언급한 무관용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1월 중앙기율위원회 회의에서 반()부패를 강조하며 한 말이다. 따지고 보면 새로울 게 없는 일반론을 역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2년 전 원자바오() 전 총리가 전국인대 폐막식 기자회견에서 보시라이() 전 충칭() 시 서기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처럼 리 총리가 저우 전 서기를 직접 거명하면서 신병 처리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리 총리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에 대해 난()을 만나는 것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라 준비 없이 만나는 게 무서운 것이라며 날이 잘 선 도끼가 나무를 쪼갤 수 있다.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는 게 성공하는 길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개혁과 관련해 그는 베스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인용해 개혁은 이익을 건드리고 치즈를 옮기는 것이라며 인민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뒤돌아보지 않고 용감하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현명한 사람은 같음을 추구하고 어리석은 자는 다름을 추구한다( )며 상호 존중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스모그 처리 방안에 대해선 발생 원인이 복잡하고 (처리에) 시간이 많이 들지만 우리는 (더이상) 바람과 비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약속했다. 중국에서는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려야 겨우 하루 이틀 스모그가 걷히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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