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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효과'인가할리우드 '블랙 파워'

Posted March. 06, 2014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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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블랙 할리우드라고 할 만하다.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가 줄을 잇더니 마침내 흑인 감독 스티브 매퀸의 영화 노예 12년이 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새로운 흑인 감독과 배우들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최근 6개월 사이 국내 개봉작만 보더라도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27일 개봉한 노예 12년을 비롯해 백악관 흑인 집사의 이야기인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지난해 11월 개봉), 흑인 청년을 과잉 진압한 사건을 다룬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1월 개봉) 모두 흑인 감독이 흑인 주인공을 등장시켜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영화다.

유명 배급사인 웨인스타인컴퍼니 대표이자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은 지난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경향을 오바마 효과라고 표현했다.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정도로 달라진 미국 사회의 분위기가 반영된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예전에는 흑인 배우에게 구색 맞추기 식 배역을 맡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흑인의 삶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는 작품이 늘었다면서 관객도 백인 중심의 영화를 진부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요즘 인종 문제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 중엔 실화를 바탕으로 흑인의 시각에서 인종차별의 역사를 바라보는 작품들이 많다. 노예 12년은 남북전쟁 이전의 노예제, 버틀러는 19501980년대 흑인 인권운동, 오스카 그랜트는 2009년의 인종차별 사건을 다뤘다.

이들 영화에는 흑인을 돕는 백인 구원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노예 12년에서는 캐나다인 베스(브래드 피트)가 주인공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을 돕긴 하지만 그 분량은 미미하다. 사회적 편견에 맞서 흑인 아들을 훌륭한 미식축구 선수로 키워낸 백인 어머니의 실화를 다룬 블라인드 사이드(2009년)나 고난을 극복한 흑인 주인공 못지않게 백인 조력자가 부각된 맨 오브 오너(2001년) 같은 기존의 흑인 영화와는 각을 달리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흑인을 절대선으로 그리지도 않는다. 노예 12년의 노섭은 자유인이던 시절엔 노예 신분인 흑인과 선을 긋고 살았다. 버틀러에서는 백악관 집사인 아버지(포리스트 휘터커)와 흑인 인권운동을 하는 아들(데이비드 오옐로워) 사이의 갈등이 부각된다. 오스카 그랜트에서는 주인공을 죽음으로 모는 백인 경찰을 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영화 칼럼니스트 김치완 씨는 흑백 갈등을 선악 대결로 보거나 인종차별 문제를 교조적으로 접근하는 단계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요즘 인종 문제를 다룬 영화는 진일보했다면서 역사나 실화를 소재로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부각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비흑인 감독들이 흑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특히 원작과 달리 주인공을 흑인으로 설정한 리메이크작이 늘었다. 장고(1966년)의 리메이크 버전인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년)의 주인공은 흑인 배우 제이미 폭스다. 덴절 워싱턴은 1980년대 인기 TV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영화 더 이퀄라이저(올 상반기 개봉 예정)에서 백인 소녀를 구하는 주인공인 전직 정보부 요원을 연기한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