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고위급 회담이 어제 판문점에서 열렸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남북 당국간 대화가 아예 없었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 이후 약 7년 만이다. 사전에 정한 의제는 없었지만 양측은 이산가족상봉과 키 리졸브 한미군사연습 등 당면 현안과 북핵 문제 등 남북관계 현안 전반에 걸쳐 포괄적인 입장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만에 회담이 열린 건 긍정적이지만 갑자기 회담을 제의한 북한의 속셈을 면밀히 따져보고 시간을 갖고 냉철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어제 회담에서 논의한 내용을 비공개로 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지난 주말 청와대 관계자가 참석하는 비공개회담을 전격 제의했다가 우리 측이 공개회담을 요구하자 받아 들였지만 뭔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어쩌면 청와대와 신속하고 은밀하게 직거래 빅 딜을 하고 싶은 사안이 있을 수도 있다. 그 만큼 북한 사정이 다급한 것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 2월 2차 핵실험 이후 중국마저 유엔제재에 참여해 북한은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다. 장성택 처형으로 드러난 불안정한 내부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도 외부의 수혈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이 마구 퍼주던 옛 시절이 그리울 것이다.
김규현 대통령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원동연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나선 회담은 그런 면에서 남북이 서로의 의중을 타진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정부 관계자는 평화공세로 나온 북한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의지가 있는 지 확인하고 그런 의지가 있을 경우 남북관계 진전의 물꼬를 틀 수 있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와 국방위원회 중대제안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사를 천명하면서도 키 리졸브 한미군사연습을 이산가족상봉과 연계시키는 이중 행보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관계가 틀어진 것은 과거 정권의 일방적인 대북지원을 수정하려들자 북한이 도발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금강산관광객총격살해 사건과 핵실험 미사일발사 천안함폭침 연평도 포격을 잇달아 저질렀으니 남측의 지원과 경협이 중단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속도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사안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는 헛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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