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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다시 달리지만, 모두에게 상처

Posted December. 31, 2013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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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서발 고속철도(KTX) 설립을 추진하면서 9일 시작됐던 철도파업이 22일 만에 끝났다. 정부가 방만 경영에 빠진 공공기관을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철도노조로부터 사실상의 항복을 받아들임에 따라 향후 박근혜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대 최장기인 22일간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극심한 불편을 초래한 철도 파업은 정부와 노사, 국민 모두에게 한국 사회 갈등해소를 위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새누리당 김무성, 강석호 의원과 민주당 박기춘, 이윤석 의원은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철도산업발전소위를 구성하는 조건으로 철도파업을 철회하기로 여야와 철도노조 지도부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철도산업발전소위는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여야 4명씩 총 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소위에서는 철도산업과 관련된 모든 현안을 다루되 수서발 KTX 면허발급 등 이미 진행된 조치는 다시 거론하지 않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철도노조는 소위가 구성되는 즉시 파업을 철회하고 31일 오전 현업에 복귀하기로 했다. 하지만 안전운전을 위해 파업에 참가했던 기관사들이 2, 3일 정도 쉬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완전 정상화 시점은 내년 1월 2일이나 3일 정도로 예상된다.

파업은 일단락됐어도 장기 파업은 한국 사회 곳곳에 생채기를 남겼다. 열차 운행 감축으로 코레일이 주관하는 수도권 지하철 14호선의 고장이 빈발했고 15일에는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80대 할머니가 지하철 문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으로 수서발 KTX법인 설립 과정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올 수 있는데다 파업 기간 대체인력을 뽑는 절차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여기에 정부와 코레일은 파업을 주도했던 노조 간부에 대한 사법 처리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어서 이 문제를 두고 노사정이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다며 새해엔 공동체 가치와 이익을 훼손하는 집단이기주의 행태가 자제되고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뿌리내려 상생과 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발언을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공감하는 원칙을 지키는 취지의 가치전쟁을 공공 부문에 적용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정부 때도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했지만 공기업 노조를 포함한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밀려 흐지부지됐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공공행정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명분 없는 파업이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의 강도를 알게 됐다고 진단한다. 박진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장은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교훈을 얻은 만큼 정부가 노조에 끌려 다니지 않고 투명경영의 원칙을 지키는 경영진에게 힘을 실어주는 기조를 유지해야 묻지마 파업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박재명

윤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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