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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스쿨 교수가 말하는 꽃노년 비결

Posted December. 14, 2013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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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육신은 점점 추해지고, 정신도 부패할 뿐이라네.

책 목차 바로 앞에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온 글귀를 옮겨두었다.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나이 듦인 것 같다.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은 손쓸 틈도 없지만, 노화는 더디지만 가혹하게 쇠퇴하는 과정을 그저 견뎌내야 한다.

미국 미시간대 로스쿨 교수인 저자는 65세 때부터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노화에 관한 책을 쓰기에 아직 젊다,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만류했단다. 하지만 그는 늦어지면 노화에 관한 글뿐 아니라 어떤 글도 쓰지 못할까 걱정돼 서둘렀다. 그는 노화의 과정을 직시하려 노력한다. 나이 듦에 따라 잃는 것과 얻는 것을 화두로 자신의 경험, 문학, 성경, 영화를 넘나들며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공포, 지혜, 불평, 은퇴, 복수, 재산, 감정, 구원을 각 장의 주제로 잡았다.

첫 장의 주제는 공포다. 그의 아버지는 88세가 될 때까지 선량하고 기품이 넘쳤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치매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되더니 한 달 만에 숨졌다. 병원에서는 그에게 덤덤하게 뇌의 일반적인 수축 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면 도파민 수용체 수가 감소함에 따라 두뇌의 크기가 상당 부분 줄어든다는 사실을 안 그는 겁을 집어 먹었다. 그도 책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다음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잔뜩 겁을 주더니 이렇게 말한다.

난 다행히도 이 사실을 모른 채로 30년의 두 배가 넘는 시간을 보내는 축복을 누렸다. 이제 젊은 동료들에게 꼭 알려 주어 그들이 나처럼 이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지 않도록 해야겠다. 내가 또 이렇게 사려가 깊은 사람이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 노년기의 특권은 모든 것을 겪어 냈다는 온순한 쾌락의 즐거움에 있다고 그는 역설한다. 나이가 들면 행복을 잘 느낀다, 지혜로워진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도리어 노화를 냉철하게 직시하고 그 속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는다. 죽음의 문턱에 다가갔던 기억상실증 경험도 책에 부록으로 담을 수 있어 좋다는 식이다.

반면 두 번 사는 것은 형벌에 가깝다며 보톡스나 비아그라 주름제거술에 기대려 하기보다 주어진 첫 번째 기회에 만족하고 살기를 권한다. 우리가 나이를 10대, 20대, 30대와 같이 10의 배수로 나눈 것도 절대 진리가 아니라 근래에 만든 것이라니 나이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저자는 충분히 잃어갈 만큼 오래 살게 됐으니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한 용기와 인내, 관대함, 강인함이 필요하다고 썼다. 그가 꼽은 최선의 죽음은 이렇다. 죽는다는 걸 충분히 자각할 정도의 정신을 유지한 채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몇 마디 반어적 농담을 던진 후에 마지막 숨을 내쉬는 것.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