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박 대통령 운 뗀 남북정상회담, 북 진정성에 달렸다

박 대통령 운 뗀 남북정상회담, 북 진정성에 달렸다

Posted November. 04, 2013 03:25   

中文

서유럽 순방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렇지만 단순히 회담을 위한 회담이라든가 일시적인 이벤트성 회담은 지양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한국 대통령들의 외국 방문 때 남북 관계와 관련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정상회담에 관한 것이다. 민감한 질문이기에 대통령들은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보다 교과서적인 답변을 하곤 한다. 이번 박 대통령의 답변도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지만 이전 발언이나 정부의 태도와 비교하면 뉘앙스에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북한 지도자를) 만난다고 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답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8월 (남북) 정상들 간에 만나서 큰 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인식의 정상회담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부가 새로운 대북관계를 모색하기 위한 예비적 답변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달 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를 촉구하자 류 장관이 정부도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도 눈길을 끈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푸는데 정상회담만큼 효과가 큰 건 없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이 일시적인 이벤트성이거나 현금 또는 현물성 대가를 노리는 북의 요구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 때는 북한이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5억6억 달러의 현물을 요구하는 바람에 결렬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과거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단절해야 한다.

김정은은 나이가 젊고 집권 기간이 짧아 북한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고 경제발전을 이루려면 지금과 같은 남북 관계로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김정은에게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 김정은이 북핵과 개성공단의 국제화, 이산가족 상봉 등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여준다면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