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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의 슈바이처 아결핵, 게 섰거라

Posted August. 23, 20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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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는 한국에 적과 싸우러 갔다. 이제는 닥터 김이 이곳에서 우리의 결핵과 싸워주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한 보건요원이 최근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하얀 가운의 한국인을 위해 지은 시의 일부다. 하얀 가운의 주인공은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는 김정룡 박사(53). 그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개성공단 내 유일한 병원인 개성협력병원의 원장이었다. 남한 의사로는 유일하게 8년간 개성공단에 상주하며 북한 의사들과 함께 개성공단 주민들을 치료했다. 개성공단의 슈바이처로도 불리던 그는 개성공단 문이 닫히기 직전인 4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에티오피아 결핵예방 및 퇴치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일산백병원이 올해부터 개성공단 내 병원 운영을 맡겠다고 나서면서 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 소속인 그가 설 자리도 없어진 시점이었다.

20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만난 김 박사는 개성협력병원에서 일할 때 결핵이나 말라리아 같은 감염병 질환을 맡았던 경험이 이곳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며 아프리카와 북한의 보건 체계에 유사한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현재 에티오피아 보건국과 함께 결핵퇴치 사업을 기획하고 보건요원들을 교육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이 지원한 이동검진차량을 타고 직접 빈민들의 가래를 받아 객담조사를 하고 진료하는 일도 함께하고 있다.

열대의학을 전공한 김 박사는 과거 인도 콜카타(옛 캘커타)에서도 16년간 의료봉사활동을 해온 경력이 있다. KOICA와는 탄자니아 현지의 모자보건 사업자들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했다가 인연을 맺게 됐다. 김 박사의 부인은 지금도 인도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고, 영국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두 아들도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김 박사는 최근 남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남북 관계가 오르막길에서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힘차게 나아가려는 것이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연말까지 아디스아바바에 머물 예정인 그는 한국에 돌아간 이후에도 북한과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는 내년 평양과학기술대에 신설될 예정인 의학부에 교수로 와 달라는 제안을 최근 받았다고 했다.

김 박사는 개성공단에 들어갈 때부터 통일이 되는 것을 북한 땅에서 보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아쉽게 개성공단을 떠나왔지만 앞으로도 북한 결핵퇴치 등에 기여해 통일의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